발행인칼럼

2010년 06월

제자훈련의 인사이드 아웃

발행인칼럼 김명호 목사 _ 국제제자훈련원 대표

뉴포트 비치 근처에 위치한 한 교회를 방문했다. 시간에 맞춰 예배당에 들어서는데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몰랐다. 예배가 시작되고 함께 찬양을 드린 후에 사회자가 올라와 광고를 할 때에야 그 이유를 알았다. 평소에 나눠주던 주보가 없었던 것이다. 그날이 지구의 날이었다. 사회자는 환경을 보호하려는 그날의 취지에 동참하고자 그날만큼은 주보 없이 예배를 드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교회가 환경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비록 작은 것일지는 몰라도 대안을 찾아 행동으로 실천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도전을 받았다.
기업에서는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이 성장하고 발전하면서 몸집이 커지면 사회적인 영향력이 커지게 되고, 동시에 사회에 일정한 기여를 해야 할 책임이 부과된다. 기업은 재화와 서비스를 제대로 생산해야 할 책임이 있을 뿐만 아니라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경제활동을 이루어갈 법적 책임도 있다. 또한 법으로 강제되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윤리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윤리적인 책임이 있다. 더 나아가 사회적 약자들을 돕고 사회에 공헌하는 책임을 요구받고 있다. 이러한 잣대에 비추어볼 때 거대기업으로 성장했으면서도 존경받지 못하는 기업의 모습도 종종 보게 된다.
최명희의 『혼불』에 나오는 이야기도 크든 작든 간에 각자에게 맡겨진 책임과 몫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사람은 자기 몫을 스스로 알아야 한다. 한 섬지기 농사를 짓는 사람은 근면하게 일하고 절약하여 자기 가솔을 굶기지 않으면 된다. 그러나 열 섬지기 짓는 사람은 이웃에 배곯는 자 있으면 거두어 먹여야 하느니라. 백 섬지기 짓는 사람은 고을을 염려하고, 그보다 다른 또 어떤 몫이 있겠지. 제대로 할라치면, 이 세상에서 제일 힘들고 어려운 것이 어른 노릇이니라.”
사회가 교회를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그만큼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에게 기대하는 바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스도인에게 들이대는 잣대는 일반 사람들에게 요구하는 잣대와 다르다. 세상 사람들과는 다른 수준의 윤리와 책임을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그들의 비난에 대해 ‘왜 우리만 가지고 그러냐”라고 항변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더라도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동시에 ‘제자도’를 선명하게 드러내야 한다. 오늘 교회 안에는 겉으로 보기에 믿음이 좋은 것 같은데 인격과 삶은 엉망인 사람들이 많다. 그저 예수 믿으면 복 받고 천국 가는 메시지가 신앙의 전부인 것처럼 살아가는 수준의 사람들이 교회의 핵심이 되어 영적 흐름을 좌지우지 하도록 만들어서는 안 된다. 말씀 안에서 인격과 삶으로 검증된 사람들이 교회의 지도자로 세워지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제자훈련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자훈련의 핵심은 소위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에 있다. 믿음의 공동체 안에서 말씀으로 인격과 삶의 변화를 경험한 그리스도의 제자들이 다시 세상 속으로 들어가 거룩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돕는 것이다. 거룩한 교회 안에서의 삶과 죄악 된 세상 속의 삶을 이원화시키는 좁은 세계관을 가지고는 성도들을 소명자로 파송할 수 없다. 성도들의 헌신을 교회 울타리 안에 가두어 놓는 목회를 가지고는 세상을 감동시킬 수 없고 변화시킬 수도 없다. 오늘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향해 온몸으로 부딪히며 실천하는, 비전과 소명으로 차별화된 그리스도인으로 세워가야 한다.
오늘 한국 교회는 폭발적 성장을 경험했고, 거대한 파워를 형성했다. 그러나 덩치는 공룡처럼 커진 우리의 모습이 어쩌면 사회가 무시는 못하지만 존경받지는 못하는 처지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제자훈련을 통해 세상과 차별화된 소명자로 세우고, 세상을 향해 거룩한 영향력을 끼치도록 온전히 섬기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진지하게 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