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국제제자훈련원 원장 오정현
영성은 성도의 영원한 테마다. 세상에서도 물질주의가 심화되고, 육신적인 쾌락주의가 날뛸수록 그 반작용으로 자아(自我)를 깨우치고 관찰하는 정신 수양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기독교의 영성은 살아 계신 하나님과 그분의 말씀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면에서 세상이 추구하는 영성과 질적으로 전혀 다르다.
건강한 영성은 삶을 풍성하게 하는 갈릴리호수가 될 수 있지만, 왜곡되거나 불온한 영성은 오히려 영혼을 피폐하게 하는 사해(死海)가 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시편의 시인이 고백한 대로 시냇가에 심은 나무처럼 잎사귀가 마르지 않고, 우리의 영혼이 기력으로 충천할 수 있는 영성을 가질 수 있을까?
흔히들 영성을 영적인 영역으로만 생각해, 영성을 기르기 위해 관상기도를 중시하거나 명상과 같은 정신적 영역에 집중한다. 그러나 건강한 영성은 홀로 서지 않는다. 건강하고 균형 잡힌 영성을 다룸에 있어 고(故) 옥한흠 목사님으로부터 받은 다음의 교훈이 사역자와 평신도 지도자들에게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사역자는 지력의 뒷받침 없이는 영성 유지가 안 된다. 말씀으로 깊이 연구할 때 영력이 유지되는 것을 지켜보라. 영력을 위해서 지력이 제 역할을 하도록 눈을 뜨라. 자신의 지력을 살피지 않는 사람은 영성을 유지할 수 없다.”
사역자의 영성은 지력에 의해서 깊어지고 세워질 수 있다는 목사님의 통찰은 이후 나의 사역을 지속적으로 세우는 데 큰 도전이 됐다.
대개 7월과 8월은 목회자가 가을 사역을 준비하는 충전의 시간이다. 성도들은 휴가를 떠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런데 휴가 이후 몸이 더 피곤하고 정신적으로 지치는 후유증을 겪는 일도 적지 않다. 만일 여름휴가가 지력으로 영성의 깊이를 더하는 시간이 된다면 후유증 없는 건강한 휴가, 내실 있는 휴가가 될 것이다.
여름휴가 동안 율법서, 역사서, 시가서, 예언서, 복음서, 서신서 등으로 구성된 성경책 중 한 권이라도 깊게 읽음으로 영혼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면 더없이 행복하지 않을까? 그뿐 아니라 사고를 일깨우고 확장시켜 주는 좋은 일반 서적들도 건강한 영성을 살찌우는 양식이 될 것이다.
휴가 중 곁에 두고 즐거이 읽을 수 있는 몇 권의 책을 소개한다. 첫 번째는 피터 워커의 《바울의 발자취를 따라서》다. 요즘 랜선 여행이 나름의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클릭 한 번으로 각종 유명 여행지를 높은 해상도의 이미지와 영상으로 편리하고 실감 나게 여행하는 것이다.
피터 워커의 책은 바울의 세계를 눈에 그리듯 곁에서 듣는 듯한 설명으로 생생하게 펼쳐 보여 준다. 바울의 손을 잡고, 그의 영감 있는 안내를 받으며 2,000여 년 전 지중해를 따라 선교 여행을 할 수 있다. 아마도 이 책을 읽고 바울 서신을 읽으면 말씀을 보는 새로운 눈이 열릴 것이다. 성도들이 읽기에 좋은 책이다.
마이클 호튼의 《성령의 재발견》도 추천한다. 성령님은 모든 목회자의 주어이자 주체다. 성경적 종말론은 건강한 성령론에 달려 있다. 특히 지금 같은 인공 지능의 시대에 성도들이 어떻게 종말 의식을 갖고 힘 있게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열쇠는 성령에 대한 각성에 있다. 이 책은 목회자들에게 성령에 대한 지식을 재정렬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무더운 여름, 아무쪼록 말씀의 샘 곁에서 우리의 영혼이 해갈되고, 우리의 영성이 거룩한 지성으로 더욱 거듭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