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김명호 목사 _ 국제제자훈련원 대표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는 지리에 익숙하다 보니 별 필요를 느끼지 못하지만, 낯선 도시에 가면 그 작은 기계는 꽤 쓸모 있는 역할을 한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가라고 하는 대로 가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게 도와주는 내비게이션에 감사한 마음이 들 때가 많다.
그런데 종종 내비게이션을 믿고 운전을 하다가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있다. 갑자기 위성과 연결이 중단되든지 현재의 위치를 잘못 인식하게 되는 경우에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패닉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길을 안내받는 것은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현재 상황에 대한 잘못된 정보는 운전자에게 오히려 혼란과 낭패를 불러올 수 있다. 가야 할 목적지도 중요하지만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지 못하면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뗄 수 없게 된다.
최근에 발표한 윌로크릭의 “발견(Reveal)”이란 보고서에서는 윌로크릭의 영적 삶의 모습을 정확하게 파악하고자 하는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윌로크릭은 오늘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 오랫동안 조사를 해왔다. 1992년에 첫 조사를 했고, 그 이후 3년 혹은 비슷한 주기로 교인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해왔다. 교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기도 했고 개인별로 만나서 심층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그 결과, 윌로크릭은 신앙성장 과정에서 존재하는 4가지 부류의 집단을 분류할 수 있었다. 그 첫 번째 집단은 기독교를 알아가는 과정에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나는 구원이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온다고 믿는다”와 같은 가장 기본적인 수준에서의 동의를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필요할 때만 하나님께 도움을 구하고, 교회 안에서 봉사활동을 하지는 않고 있다. 성경은 시대에 뒤떨어진 책이라고 생각하는 수준이다.
두 번째 집단은 그리스도 안에서 성장하는 사람들이다. 영적으로 어린아이와 같은 사람들을 가리킨다. 믿음이 무엇인지 차츰 알아가고 있고, 가끔씩 성경이나 기독교 서적을 읽으며, 교회 봉사에도 조금씩 참여한다.
세 번째 부류의 집단은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는 봉사활동이 자신의 믿음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부각된다. 성경은 이들의 삶에 방향을 제시하고, 기도가 이들의 삶의 중심을 차지하게 된다.
네 번째 집단은 그리스도를 중심에 모시고 사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삶을 온전히 그리스도께 드리고,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인도를 구하면서 섬기는 삶을 살아간다. 그 무엇보다도 하나님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특이한 것은 이러한 네 가지 집단 사이에 영적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두 종류의 사람들이 보고되고 있다. 하나는 정체되어 있는 사람들이고, 다른 하나는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다.
정체된 사람들은 나는 그리스도를 믿지만 정체되어 있는 상태고, 별로 성장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조사 대상 가운데 16%가 이러한 영적 정체 상태에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들은 영적 성장 과정의 초기에서 중기로 이어지는 중간단계에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 25%는 교회를 떠날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불만을 가진 사람들은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대상이다. 이들은 대개 네 번째 부류의 그리스도를 중심에 모신 사람들 가운데서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 영적인 행동이나 개인적인 신앙 면에서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사람들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은 전체 회중 가운데 10% 정도로 나타나고, 이들의 63%는 교회를 떠날 생각을 하고 있다.
교회는 공동체에 속한 지체들의 영적 현주소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구체적인 영적 지도나 훈련을 제공할 수 없다. 제대로 변화를 일으키는 제자훈련은 훈련생의 영적 수준을 알 때 가능하다. 특별히 영적 갈등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관심을 가지고 그들에게 적절한 영적 지도를 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섬기고 있는 형제 자매들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