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2008년 12월

한 사람 철학과 목회적 돌봄

발행인칼럼 김명호 목사 _ 국제제자훈련원 대표

해마다 연말이 되면 한 해의 실적을 평가하고 성적표를 내어놓는다. 학생들은 성적표를 받고, 기업들은 결산보고를 한다. 목회에 있어서도 동일한 경험을 하게 마련이다.
제자훈련 수료식을 가지면서 1년 동안 섬겨온 사역의 열매를 죄송스런 마음과 동시에 감사의 마음으로 주님께 드리게 된다. 과연 이 훈련을 받은 형제들은 지난 한 해 동안 얼마만큼의 성장과 성숙을 경험했을까 돌이켜 보게 된다.
최근에 발간된 윌로크릭의 『발견(Reveal)』에서는 성도들의 영적인 삶의 모습을 조사해 보고하면서 코칭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성도들 각자의 영적인 성장단계를 분류하고 정리하면서 이들은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수립했다. 그들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회중에게 전하는 우리의 메시지가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성도들 한 사람 한 사람의 기대와 필요에 적절하게 부응하지 못한 교회의 잘못됨을 인정하고, 성도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메시지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가 제공하여 일주일에 한두 차례 받아먹는 메시지만으로는 성도들이 영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고사하고 살아남기에도 결코 충분치 못하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래서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의 필요가 무엇인지 알아내고 영적 성장으로 이끌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이것이다. 즉, 교회의 역할이 영적 부모에서 영적 코치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고백했다. 모든 사람에게 맞는 한 가지 처방이란 존재하지 않듯이 모든 성도들의 영적 성장을 일으킬 수 있는 한 가지 프로그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개인에게 특화된 성장 계획과 훈련 계획이 필요하고, 이에 맞는 개별적인 코칭을 교회가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명한 상담학자로서 상담에 관한 50여 권의 책을 썼고, 수많은 강의를 하고 있는 게리 콜린스(Gary Collins) 박사는 요즘 코칭에 푹 빠져 살고 있다. 그가 지난 11월 17, 18 양일간 내한하여 크리스천 코칭에 대한 세미나를 가졌다. 350여 명의 목회자와 평신도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의 열정적인 강의를 즐겼다.
그는 상담과 코칭을 이렇게 구분하고 있다. 상처를 안고 치료를 필요로 하는 단계에 있는 사람을 -10이라고 한다면 이러한 사람을 치유해서 0의 단계로 회복하도록 돕는 과정을 상담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코칭은 0의 수준에 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가지고 있는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고 비전을 구체화하고 성취할 수 있는 +10의 자리까지 나아가도록 돕는 과정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어떤 것이 좋고 나쁘고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에 따라 어떤 사람에게는 치유가 필요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코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환자에게는 상담이 필요하지만, 어느 정도 건강을 되찾은 사람에게는 건강한 몸으로 무엇인가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상담이 과거에 있었던 상처를 돌아보고 치유하도록 돕는 과정이라고 한다면, 코칭은 현재의 상황에서 미래를 바라보게 하고 꿈을 꾸게 하는 과정이라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어갈 수 있게 하는 전략적인 행동을 취하도록 돕는 것이다.
아직도 교회 안에서 상담을 하려고 하면, 저 사람은 문제있는 사람이라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 분위기가 있어서 상담받는 것을 꺼려한다. 하지만 코칭은 미래를 향해 함께 방향을 모색하고 변화를 추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에 교회 안에서도 쉽게 정착할 수 있다.
오늘 교회가 해야 할 일은 유용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보다 앞서 오늘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처한 영적 상황과 필요에 대해 바로 인식하고, 거기에 맞는 맞춤식 돌봄을 하는 것이다. 하나의 프로그램이 교회와 성도의 모든 필요를 채울 것이라는 순진한 태도를 내려놓고 전략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내년도 사역을 준비하면서, 우리 교회의 영적 수준에 대해 객관적인 잣대를 가지고 솔직하고도 바른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자. 이러한 솔직한 평가 위에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의 영적 필요를 채워줄 수 있는 치유와 성장, 헌신과 사역의 계획을 세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