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김명호 목사 _ 국제제자훈련원 대표
매너리즘이라는 말이 있다. 사전에서는 매너리즘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일정한 기법이나 형식 따위가 습관적으로 되풀이되어 독창성과 신선한 맛을 잃어버리는 것. 오늘날에는 현상유지 경향이나 자세를 가리켜 흔히 매너리즘에 빠졌다고도 말한다. 즉 매너리즘이란 어떤 반복적인 행위를 함에 있어서 방법, 수단의 창의적인 개발 노력 등이 없이 무의식적, 습관적으로 하는 경우를 말한다.”
어려운 말로 매너리즘이라고 하지만 요즘 유행하는 쉬운 말로는 귀차니즘이다. 목회에 있어서도 이러한 귀차니즘으로 인해 무기력하게 되는 목회자나 교회가 있다. 생각이야 교회가 부흥해야 되고 성장해야 된다고 하지만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다’는 말로 모든 이론을 파하는 경우가 많다. 교회성장은 원하지만 사람 키우는 힘든 일은 제쳐두고, 성장만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고생은 피하고 싶고, 영광은 누리고만 싶은 것이 귀차니즘이다.
제자훈련을 인도하다 보면 훈련생들 가운데, 이러한 매너리즘에 빠져 허우적대는 경우를 본다. 큐티를 통해 이런저런 결심도 하고, 다짐도 하는데 삶의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런 의미 없는 반복적인 큐티를 해야 되느냐고 물어온다. 이런 경우에는 큐티 말미에 하는 적용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큐티를 컨설팅하다 보면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본문을 관찰하고, 연구와 묵상을 거친 뒤에 생뚱맞은 결심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본다.
어떤 사람은 어떤 본문을 대하든지 언제나 선교나 전도로 귀결되는 신기한 능력을 가졌다. 그렇다고 그렇게 실천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부담만 있을 뿐, 삶에 변화는 없는 것이다. 본문을 통해서 각자에게 들려주시는 주님의 음성 앞에서 순종하려고 하기보다는 형식적인 숙제로서 큐티를 하다 보니 이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나 싶다.
그런데 이러한 하소연 밑에는 익숙한 대로 살아오던 관성의 법칙을 극복할 수 없게 만드는 귀차니즘이 자리 잡고 있다. 성경을 읽으면서 그저 원수를 사랑해야지 하는 정도의 적용만 할 뿐, 구체적인 삶의 실천방안을 모색하지 않기 때문에 변화를 경험하지 못한다. 나에게 있어서 원수가 누구이고, 그에게 어떻게 사랑을 실천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지침까지 생각하는 적용이 이루어질 때, 우리의 삶에서 구체적인 변화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종종 이런저런 영적인 삶에서 실패했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알고 보면 단지 순종을 하지 않은 것일 뿐이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헛된 바람을 좇는 삶이 아니다. 주님은 우리를 세상을 변화시키는 풍성한 삶으로 부르셨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의 삶의 진정한 의미는 나를 돌보는 것보다 다른 사람을 섬김에서 온다. 섬김은 나의 한계를 뛰어넘는 삶이다. 귀차니즘으로 안전지대에 갇혀 있는 자에게서는 결코 누릴 수 없는 것이다. 나의 한계를 뛰어넘는 삶은 우리의 시간, 은사, 재능, 능력, 자원, 그리고 열정을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필요를 채우는 데 기꺼이 드리는 삶을 말한다.
신앙생활의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고 느끼는가? 제자훈련이 매너리즘에 빠졌다고 느끼는가? 자신에게만 초점을 맞추던 적용을 주님의 명령에 맞추어 보라. 안전지대를 벗어나 새로운 삶의 실천을 시도해 보라. 시카고 트리니티 신학교에서 가르쳤던 빌지키안 박사가 젊은 시절 빌 하이벨스 목사에게 준 조언을 따라서 해보라.
“향후 6개월 동안 예수님의 본보기를 무조건 따라 해보세요. 봉사할 수 있는 모든 기회를 놓치지 말고 일단 해보세요. 아주 사소해 보이는 일이라 할지라도. 남보다 앞서 문을 열어주고, 차에 탈 때면 친구에게 앞자리를 양보하고 뒤에 타세요. 자기 할 일이 아니라도 쓰레기를 버리는 일도 해보세요. 원한다면 반대 실험도 해보세요. 기회가 될 때마다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해 보세요. 남에게 이거해라 저거해라 요구하고, 온 세계가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야 마땅하다고 주장해 보세요. 자신의 방식을 끝까지 고집해 보세요. 지겹고 단조로운 일을 할 때는 슬그머니 사라지세요. 아침마다 거울 보면서 스스로에게 절을 해보세요. 그리고 한 걸음 물러서서 정직한 평가를 내려 보세요. 나는 하나님과 사람에게 더 가까워지고 있는가 아니면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는가? 이전보다 생활이 더 충만해졌는가, 공허해졌는가? 성취감을 느끼는가, 좌절감을 느끼는가? 한번 직접 실험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