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2008년 01월

공동체의 자기평가가 필요합니다

발행인칼럼 김명호 목사 _ 국제제자훈련원 대표

또 한 해가 지나갔다. 연말연시가 되면 모든 조직마다 지난 한 해를 결산하고, 다가올 한 해를 준비하느라 정신없이 바쁘게 지낸다. 대부분의 공기업들은 그들의 성과를 평가하고, 공과를 따져 사람들에게 알리게 된다. 이때에는 사전에 설정된 평가지표에 의해 세밀하게 성과를 측정하게 된다. 주어진 경영목표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달성했는지를 살피며, 경영개선을 이끄는 대안을 마련하고 다음해에 효율적인 경영을 이끌어 내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이러한 평가는 공기업만이 아니다. 개인의 사역과 삶도 어떤 시점을 두고 평가를 하고, 대안을 마련한다. 달라스 신학교의 하워드 헨드릭스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30년을 가르친 경험이 1년 경험의 30번 반복일 수 있다.” 오랜 경험이 반드시 발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수십 년을 가르쳤다고 하더라도 평가와 대안제시를 통해 발전을 하지 못했다면 똑같은 경험을 30번 반복한 것밖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대학에서도 학기말이 되면 교수 평가서를 학생들에게 작성하도록 한다. 이러한 평가는 교수 자신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blind spot)를 볼 수 있도록 돕고, 보다 질 높은 강의를 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이러한 평가가 때로는 부담스럽고, 때로는 고통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넘어갈 수는 없을까 생각하며 피하게도 된다. 그러나 평가는 사실상 우리 모든 삶의 영역에서 필요하다. 좋은 목적을 가지고 비전을 세우고 사역을 하지만 평가 없이 똑같은 일을 반복하기만 한다면 우리에게 발전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부담스럽고 힘들더라도 평가해야 할 항목을 바로 선정해서 우리 자신을 객관적으로 투명하게 살펴보기 시작한다면 우리에게 분명 소망이 있다.
  얼마 전에 시카고에 위치한 윌로크릭 교회에서 자신들의 32년 사역을 되돌아보는 연구를 실시해 『Reveal: Where Are You?』라는 책으로 출간했다. 이 교회의 핵심 사역자인 그렉 허킨스와 콜리 파킨슨이 공동 집필한 이 책에서는 지난 32년 사역의 중심이 되는 철학과 전략, 프로그램에 대해서 평가를 내렸다. 윌로크릭과 같은 목회철학을 가지고 움직이는 여섯 교회와 함께 평가 작업을 했다. 7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3년 동안 조사를 하고, 그 평가를 담은 일종의 보고서인 셈이다.
  우리의 흥미를 끄는 것은 이 책에서 저자들이 내린 결론이다. 그들은 “뭔가 잘못되었다. 우리가 실수를 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들은 숫자적으로는 성공을 했는지 몰라도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를 만드는 일에는 실패했다고 고백했다. 수많은 교회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했지만, 그것들이 영적인 성숙함을 보장해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 새로운 출발이 필요하다고 고백하고 있다.
  우리는 교회에 대한 평가를 내릴 때 ‘얼마나 많은가’라는 숫자를 가지고 평가하는 제한된 접근을 해왔다. 교인들이 몇 명이 모이고 예산은 얼마나 되고, 얼마나 많은 사역과 프로그램을 했는지를 가지고 교회를 평가하곤 한다. 그러나 이들은 사회과학적인 연구 방법을 도입해서 성경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들에 대해서 우리가 어디에 와 있는지를 묻고 있다. 우리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각 사람의 핵심가치와 느낌, 생각에 대해서 물어보고, 그들의 가슴 속 깊숙이 묻혀 있는 이야기를 경청해야 한다. 이러한 영적인 가치들은 숫자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다.
  교회마다 연말이 되면 어김없이 교인의 숫자와 재정을 가지고 결산을 하며 예산을 세운다. 이러한 숫자들을 가지고 당회가 열리고, 제직회, 공동의회가 열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 교회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되돌아간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교회를 떠났는지 평가하는 당회는 그리 많지 않다. 우리 교회 성도들이 교회에 다닌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전혀 변화되지 않는 삶의 모습을 보면서 심각하게 고민하며 평가하는 당회는 보기 어렵다.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우리 공동체가 마땅히 되어야 할 성경적 제자도의 원리들을 가지고 우리의 모습을 진지하고 투명하게 살펴보는 노력을 한다면 우리의 내일은 분명히 달라질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숫자를 뛰어넘어 성경적 가치와 제자도의 핵심원리를 가지고, 우리 공동체와 지체들의 영적 여정이 어디에까지 왔는지를 평가하는 당회와 제직회를 기대하는 것은 너무 이상적인 생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