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2006년 09월

거룩한 네트워크

발행인칼럼 김명호 목사_국제제자훈련원 대표

지난 8월초, 브라질 상파울로 근교에 위치한 수양관 시설에서 브라질 목회자를 위한 제자훈련지도자세미나(이하 CAL세미나)가 열렸다. 브라질 전역 26개 주 중, 21개 주에서 120여 명의 목회자들이 제자훈련을 배우기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모였다. 이번 세미나는 작년 11월 서울에서 개최된 CAL세미나에 참석했던 브라질 장로교단 총회장인 호베르토 목사가 주축이 되어 준비했다. 잘못된 영성 운동으로 병들어 가고 있는 브라질 교회를 살릴 수 있는 길은 주님이 명령하신 ‘제자 삼는’ 사역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브라질 교회 지도자들에게 제자훈련의 비전을 나누며 세미나를 준비한 것이다.
이번 브라질 CAL세미나가 가능하게 된 또 하나의 이유는 브라질에 매혹되어 그 영혼들을 위해 온몸을 던진 한 사역자와 그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교회 때문이었다. ‘살아 있는 물’이라는 뜻을 가진 아과비바교회의 고영규 목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고 목사는 수년 동안의 제자훈련 사역을 통해 평신도 지도자들을 배출했고, 그들이 헌신적으로 섬기는 소그룹으로 건강한 제자훈련 모델교회를 일궈 냈다. 그것도 브라질 현지인을 대상으로 포르투갈어로 예배하며 훈련한 것이다. 아직 교인들 가운데 절반은 한국인이지만, 그들도 대부분은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1.5세, 2세들이다.
지금까지 CAL세미나는 제자훈련의 현장이 없는 곳에서는 개최하지 않았다. 그래서 남가주 사랑의교회와 호산나교회와 같은 제자훈련 현장이 있는 곳에서만 개최할 수 있었다. 이번 브라질 CAL세미나도 아과비바교회의 현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주님은 이미 브라질 교회를 위해 멋진 현장을 만들어 놓으셨던 것이다.
아과비바교회는 아직은 200여 명이 모이는 교회이지만, 그들의 꿈과 사역의 역량은 엄청났다. 20여 명의 소그룹 지도자들은 작은 목사가 되어 목회의 현장에서 고 목사의 분신과 같이 일하고 있었다. 브라질 전역에서 모인 목회자들을 섬기기 위해 소그룹 리더들은 세미나 기간 동안 휴가를 내어 수양관에 상주하며 도왔다. 그들의 말 한 마디, 바쁘게 움직이는 손길 하나에서도 훈련을 통해 섬김이 체질화된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사랑의교회와 아과비바교회가 함께 브라질 교회를 섬기는 모습을 보면서 또 다른 형태의 선교 패러다임을 생각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교회는 효과적 선교를 위해서는 교회가 전문적인 선교단체를 지원하고, 그들이 열매 맺는 사역을 할 수 있도록 후원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물론 이런 형태의 선교 패러다임도 중요하다. 그러나 거꾸로 생각하면, 교회가 선교의 핵심에 서서 제 역할을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가오는 세대는 교회가 선교의 중심에 서야 한다.
교회가 선교의 주역이 되려면, 무엇보다도 교회가 먼저 건강해져야, 평신도들이 사명자로 세워져야 한다. 동시에 성도들의 결집된 역량을 가지고 문화를 뛰어넘어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해야 한다. 오늘날 ‘땅 끝’의 대명사는 미전도 종족이다. 그러나 이제는 미전도 종족 역시 지리적인 개념으로 어느 특정한 오지에 갇혀 있지 않다. 꼭 오지까지 가야만, 땅 끝이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손을 뻗으면 섬길 수 있는 땅 끝이 얼마든지 있다.
또 미전도 종족과 가까운 곳에 있는 교회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그들과 함께 선교를 감당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선교의 전략이다. 이들은 이민 교회도 될 수 있고, 현지인 교회가 될 수도 있다. 교회가 교회와 감당하는 선교는 내가 속한 교회가 먼저 건강한 교회가 되어야 가능하다. 내가 속한 교회가 중간 역할을 하는 교회와 함께 선교를 감당하게 되면,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한국 교회에는 포르투갈어를 능숙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러나 브라질에 있는 한인 교회는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다. 두 교회가 함께 손을 맞잡고 사역하게 될 때, 놀라운 역사가 일어나는 것을 보았다.
이제는 우리가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는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역 교회야말로 전 세계를 하나로 묶는 거대한 네트워크다.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지구촌의 다른 형제자매들과 함께 거룩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선교 사역을 감당할 때, 우리의 목전에서 부흥의 역사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