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2005년 10월

열 배나 더 매력적인 제자훈련을 위해서

발행인칼럼 오정현 목사 _ 사랑의교회 담임

최근에 서울시청 잔디광장에서 기독교사회복지엑스포가 열렸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 서울시를 책임지는 분에게 “장로님, 평생에 복 받는 길이 하나 있습니다”라고 말을 꺼내었다. 곧 “그것이 뭡니까”라는 기대 섞인 질문을 받고, 이사야 58장 10절부터 12절까지의 내용을 말할 기회를 가졌다.
“우리 인생에는 물 댄 동산 같고 물이 끊어지지 않는 샘 같은 인생을 살 수 있는 축복의 길이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자신만 큰 복을 받는 차원의 인생이 아니라, 인생 전체를 통해 축복의 근원, 은총의 통로가 되는 인생을 사는 길입니다.”
사실 이런 대화는 목회자로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늘 하는 것이지만, 특히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마음을 두고 하는 말이다. 왜냐하면 제자훈련은 한 사람의 선한 영향력을 기대하고 중시하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사는 것이 물 댄 동산 같은 축복의 근원, 은총의 통로로 사는 길일까? 사람들에게 “평생에 복 받는 길이 있다”는 말을 할 때, 그 상황에 따라 표현은 다를 수 있지만 언제나 뼈대는 ‘한 사람의 영혼을 위해서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영적 재생산이라는 제자훈련의 본질을 터치하는 것이다.
목회자가 사랑하는 성도들이 가장 가치 있는 인생을 살기 원한다면 제자훈련이 최선의 길임을 확신해야 한다. 더구나 요즘처럼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고, 육십이 되면 거의 예외 없이 은퇴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제자훈련만큼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또 있을까? 흔히 은퇴를 하면 여행이나 골프를 꿈꾼다. 그러나 제자훈련으로 다져진 인생이라면, 은퇴 이후 주님 앞에서 가장 아름답게 사는 인생으로 만들어갈 수 있게 된다.
우리 교회의 한 사역장로는 직장을 은퇴하고 자신의 전문지식을 살려 중국 연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복음을 전하는 일에 여생을 쏟고 있다. 교사로 재직했던 한 권사는 중앙아시아에서, 그 외의 여러 사람들이 러시아와 세계 여러 지역에서 은퇴 후의 삶을 주님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이 두가지 인생 중 어느 것이 축복의 근원이자 은총의 통로와 같은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제자훈련은 평신도들의 잠재력을 확대하고, 이 세상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달란트로 가장 가치 있는 일을 하며, 영원을 위해 투자하도록 하는 가장 성경적인 훈련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랑의교회에는 이러한 제자훈련을 총괄하는 전담 부서와 담당 교역자가 있다. 그런데 사랑의교회 제자훈련을 이야기할 때에는 아무도 훈련담당부서의 책임자가 제자훈련을 한다고 말하지 않고 담임목사가 한다고 말한다. 이것을 생각하면 정신이 번쩍 들 수밖에 없다. 제자훈련의 모든 책임이 내게 있으며, 담임목사의 정신이 중요함을 말한다. 이것이 이번 가을 사역을 시작하기 전에 순장반 수련회에서 무엇보다도 제자훈련의 정신을 강조하였던 이유이다.
제자훈련사역에 오랜 시간을 투자한 사역자일수록 절감하는 것은 제자훈련의 열매는 결코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금쯤이면 열매를 보일 만도 한데, 여전히 옛 모습과 대동소이한 사람들을 보는 것만큼 기운 빠지는 일이 또 있을까! 이것은 인간 본래의 죄성과 세속화의 중력이 너무도 크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에 출간된 『예수님처럼 생각하라』는 책에서 조지 바나는 오늘날 세속화의 중력이 얼마나 큰지를 실감나게 표현했다. “그리스도인들이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로부터 더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진단한 바나는 그 이유를 “거듭난 그리스도인 열 명 가운데 아홉 명이 예수님처럼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조지 바나의 결론은 우리가 왜 더욱 더 제자훈련 사역을 중시해야 하는지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제자훈련은 예수님이 가진 시각을 내 것으로 삼는 훈련이다. 예수님처럼 생각하고, 예수님처럼 말하고, 예수님처럼 행동하는 작은 예수가 되는 것이 제자훈련의 궁극적 목표이다.
그런데 세속화의 중력은 중생했다고 고백하는 그리스도인들조차 열에 아홉을 끌어당겨 예수님처럼 생각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처럼 믿는 자들 속에 뿌리내리고 있는 세속화의 중력을 차단하고 예수님의 생각으로 반전시키고, 체질을 바꾸기 위해서는 제자훈련이라는 집중적이면서도 철저한 훈련이 요구되는 것이다.
세속화의 힘이 얼마나 큰지는 헨리 나우웬과 리차드 포스트와의 대화에서도 엿볼 수 있다. 나우웬의 대담 중에 가슴에 새겨지는 말이 있다. “성욕, 물욕, 일상사의 안락 그리고 세상의 권세에 대항하는 것은 엄청난 힘을 소비한다. 이러한 세속의 힘보다 열 배는 더 매력적인 것이 있지 않은 바에야 어떻게 계속 ‘No’라고 할 수 있을까?” 세속의 중력을 끊어내려면 열 배나 더 매력적인 무엇이 있어야 한다. 나는 열 배나 더 매력적인 그 무엇이 바로 제자훈련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