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2006년 02월

변화에 대한 기대

발행인칼럼 김명호 목사_국제제자훈련원 대표

『평범 이상의 삶』이란 책에서 존 오트버그(John Ortberg)는 뽀빠이의 모습에서 오늘날 교회의 모습을 본다. 만화영화의 클래식이라고 말할 수 있는 뽀빠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뽀빠이는 그리 세련되고 똑똑한 사람은 아니지만, 파이프 담배를 즐기고 자신만의 개성있는 삶을 추구하며 바다를 항해하는 낭만파 선원이다.
위기의 순간마다 시금치를 먹으면 갑자기 솟아나는 힘으로 악당들을 물리치고 사랑하는 여인 올리브를 구해내는 그의 멋진 모습은 우리의 우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뽀빠이가 자주 읊조리는 “나는 그저 나야”라는 표현에서는 오늘날 우리 교회의 슬픈 일면을 보게 된다.
그가 이 말을 할 때면 “너무 기대하지 마. 나는 그저 나야. 그리고 이게 나의 전부야”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변화를 외치지만 변화되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교회는 자조섞인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그저 나야.”
조지 바나(George Barna)는 최근에 쓴 『혁명』(revolution)이란 책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시대의 유일한 소망은 교회라고 외치고 있는데, 정말 교회가 소망이라면 이 세상은 소망이 없다”고 말한다.
어떻게 들으면 믿음 없는 이상한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그는 통계학자답게 여러 가지 통계자료를 가지고 교회의 모습을 들여다보면서 오늘날 교회가 교회답게 제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고 중증장애에 빠져 있다고 단언한다. 그래서 제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는 오늘날 교회만을 본다면 소망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다시 외친다. 이 시대의 소망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 그분만이라고 말이다.
오늘날의 교회는 성도들의 변화를 기대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 오늘 목회자들이 제시하는 영적 성장의 기준을 보면, 성도들의 삶에 변화를 일으키기에는 너무 수준이 낮다. 우리는 너무 쉽게 만족하는 경향이 있다. 진정한 변화를 기대하지 않고 그저 사이비 변화로 만족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라. 교회에 다닌 지 벌써 10년이 훨씬 넘고 집사, 권사의 직분을 가지고 있다지만 매일 비난을 일삼고, 사람들을 판단하고, 불평하면서 위축되어가는 자신의 영혼을 그냥 방치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우리 교회는 얼마나 안타까워하고 고민하고 있는가? 이들의 변화를 위해서 교회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변화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어떤 집회에서 눈물을 흘리며 은혜를 받고 목소리 높여 “주여!”를 여러 번 외쳤다고 우리의 삶이 변화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12주짜리 프로그램 몇 개를 거쳐서 이런 변화가 일어나면 얼마나 좋겠는가? 멋진 구호를 목청껏 외친다고 될 일도 아니다. 진정한 변화를 경험하려면, 시간이 걸리고 해산의 고통을 수반하게 되어 있다. 수십 번 결심을 해도 행동으로 옮겨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혼자서 변화를 시도했다가는 작심삼일이 되기 십상이다. 제자훈련을 소그룹 공동체 속에서 실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자훈련 과정을 일 년 동안 마친 수료생에게 자신의 삶에 변화를 일으키는 중요한 요소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서로 마음을 터놓고 서로를 위해 기도하며 세워주는 영적 동지들”이라는 것이 가장 많은 사람의 대답이었다.
특별히 어렵고 힘들 때 서로의 문제를 끌어안고 함께 중보기도하는 과정을 통해서 영적 변화를 경험하게 되었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제자훈련은 함께 훈련받는 사람들의 다양한 관점과 다양한 삶의 반응을 통해서 서로 배우고, 서로 도전받으며, 힘을 합해 변화를 이끌어내는 과정이다.
이 시대는 정말 소망이 필요하다. 그리고 교회는 진정 이 시대의 소망이 되어야 한다. 예수님처럼 되고 예수님처럼 사는 것을 추구하는 목회, 변화를 기대하는 목회, 변화를 추구하는 목회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