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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칼럼 김명호 목사 _ 국제제자훈련원 대표
19세기 북극 탐험에 도전했던 영국인들의 이야기다. 북극 탐험은 2~3년이 걸리는 매우 위험하고 힘든 여정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가지고 간 장비는 겨우 여분의 증기 엔진 하나와 12일치의 석탄뿐이었다. 충분한 석탄을 싣는 대신에 1,200여 권의 장서와 장교와 선원들이 사용할 도자기 식기 세트와 순은 접시가 실렸다. 북극에 도착했을 때 입어야 할 방한복도 준비하지 않았다. 몇 년 후에 에스키모 인이 이들의 유해를 발견했는데, 이들은 아름다운 해군제복을 입고 순은 식기세트와 초콜릿이 실린 구명보트를 탄 채 얼어 죽어 있었다고 한다.
사람을 세우는 일,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이 과제는 북극 탐험과 같이 만만치 않은 일이다. 시간이 걸리는 일이고 눈물과 땀을 요구하는 힘든 사역이다. 고운 옷을 입고 사치스러운 소품들에 둘러싸여 단 며칠 만에 이루어낼 수 있는 과정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는 ‘편하게, 빨리!’라는 현대 문명의 유행병, 조급증을 앓고 있다. 계속 분비되는 아드레날린을 주체하지 못하는 듯, 매사에 조급하고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어떤 결과를 찾아서 헤매고 있다.
아무리 시대가 빠르게 변한다고 해도 사람이 커가는 데에는 단계가 있다. 신체적인 발달에도 단계가 있고 지적인 성숙에도 단계가 있다. 발달단계에 맞춰 교육도 하고 역할도 맡긴다. 그런데도 왜 유독 영적인 성장에 대해서는 발달단계를 무시하려고 드는 것일까? 오늘 우리의 목회현장에는 성공했다는 몇 가지의 프로그램이 있을 뿐이다. 누가 어떤 프로그램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경험했다고 하면, 그 밑바닥에 깔려 있는 신학적 배경이나 목회철학은 애써 외면한다. 그저 손쉬운 방법으로 폭발적인 효과를 보는 데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어디 사람이 우리 생각처럼 그렇게 빠르게 자라주던가? 우리가 키우는 아이들조차도 우리 생각처럼 자라주지 않는데….
제자훈련 사역은 단기간에 승부를 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치 K2와 같은 높은 산을 정복하는 것처럼, 북극을 탐험하는 것처럼 철저한 준비와 전략이 필요하다. 도중에 우리를 가로막는 숱한 장애물과 싸워야 하고 자신의 인내력을 시험하는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사람을 세우는 사역은 한 영혼을 붙들고 흘리는 눈물과 그들의 문제를 부여잡고 하나님께 나아가는 무릎을 요구한다.
우리 모두는 지금까지 영적 변화의 높은 산을 향해 최선을 다해서 올라왔다. 이제 지루한 장마전선이 깔리고 이어지는 휴가철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여름은 정상을 바라보며 자신을 추스르는 베이스캠프에서의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의 목회현장을 재점검하고 여정에 필요한 충분한 준비를 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사치스런 식기 세트나 장서들을 내려놓고 이 긴 여정에 필요한 것들로 채워 넣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정상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오늘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