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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칼럼 국제제자훈련원 원장 오정현
나뭇잎과 풀잎, 꽃들이 천지에 가득한 활력 넘치는 6월이다. 한편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해 닫혔던 것들이 열림으로써 봇물처럼 터지는 흥겨움에 취하기 쉬운 계절이기도 하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세상의 흔들림 가운데 중심을 잡는 일이다.
때로 질풍노도의 시절에도, 광기 어린 세상의 폭풍 속에서도 영혼의 닻처럼 나를 안전히 지켜 준 것을 생각해 본다. 어릴 때부터 부친은 “현아, 너는 무슨 서명을 하거나 기록을 할 때, 그냥 ‘몇 년 몇 월 며칠’ 이렇게 쓰지 말아라. 반드시 ‘주후’(主後) 몇 년 몇 월 며칠로 쓰도록 해라”라고 말씀하셨다. 이는 2022년 6월이 아니라, ‘주후 2022년 6월’로 쓰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연월일이 필요한 서명을 하거나 글을 쓸 때는 지금까지도 ‘주후’라는 말을 쓰고 있다. 부친의 작은 가르침이지만 삶의 초석이 된 교훈이다.
하나님의 백성은 관등 성명이 분명해야 한다. 그래서 사랑의교회 모든 서류는 물론 임명장이나 패를 만들 때, 교회 기안서까지 ‘주후’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의 연표는 ‘주후’(主後)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주후’라는 단어에는 하나님의 통치와 주권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연표 밑에 즉, 하나님의 주권적 통치 아래 있다. 세상의 연표(역사)는 이 세상을 얼마나 즐기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하나님의 연표는 이 땅에서 맡은 시간을 가장 값지고 의미 있게 살아가도록 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세상의 연표로 사는 사람은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시간의 노예라는 처지에서 벗어날 길이 없지만, 하나님의 연표로 살아가는 사람은 하루하루 하나님을 향해 걸어가면서 하나님의 영원한 시간대 속에서 살아갈 수 있다. 이 땅에서의 하루가 그저 죽음으로 가는 과정이 아닌, 영광스러운 하나님을 향한 영원한 시간대 속의 하루라는 사실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세상의 연표는 “우리는 죽기 위해서 태어났다”고 말한다. 그러나 하나님의 연표는 “우리는 영원한 삶을 위해서 태어났다”고 강조한다. 세상의 연표는 우리에게 묘비에 적힌 두 줄 사이의 짧은 인생(몇 년도에 태어나서 몇 년도에 죽음)이라고 말하지만, 하나님의 연표는 우리에게 하나님의 생명책에 기록되는 존재라고 말한다. 세상의 연표는 지나가는 시간을 붙잡고 즐기라고 말하지만, 하나님의 연표는 주어진 소명을 붙잡고 사명의 즐거움으로 살라고 말한다.
복음주의 사회 비평가요 변증가인 오스 기니스는 우리 인생이 세 개의 단어로 묘사될 수 있다고 말한다. 죽을 인생, 덧없는 인생, 깨지기 쉬운 인생으로, 이 땅의 어떤 인생도 여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것은 세상의 연표가 주는 삶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연표는 죽을 인생을 죽지 않을 인생으로, 덧없는 인생을 의미 있는 인생으로, 깨지기 쉬운 인생을 안전한 인생으로 이끌어 간다.
닫혔던 거리가 열리고 눈부신 하늘의 흰 구름들이 음표처럼 창공을 노래하는 6월, 어느 때보다 세상의 중력이 끌어당기는 때지만, 세상의 연표가 아닌 하나님의 연표를 인생의 닻으로 삼아, 하나님의 동역자로서 뜨겁고 기품 있게 새 차원의 사역의 문을 열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