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2017년 06월

제자훈련의 특이점(singularity) - 인공 지능 시대에도 제자훈련은 가능한가

발행인칼럼 오정현 원장_ 국제제자훈련원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의 기술 이사인 레이먼드 커즈와일에 의하면, 2045년이 되면 인간이 인공 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을 통제할 수 없는 지점이 오는데, 그 지점을 특이점이라 했다. 특이점(singularity)이란 인공 지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기점을 말한다.
이것이 교회나 제자훈련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2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미래에도 복음의 본질은 동일하다. 또 한 사람을 세상으로부터 소명자로 불러 다시 사명자로 세워 세상에 보내는 제자훈련의 목표도 변화가 없을 것이다. 문제적 관점은 ‘주변의 모든 것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21세기의 AI 광풍 속에서 교회나 제자훈련은 여전할 것인가?’이다.
교회가 직면하고 있는 AI 시대는 기독교가 역사적으로 직면했던 초기 기독교의 영지주의, 18세기의 계몽주의, 20세기 초·중반의 공산주의, 1960년대 이후의 포스트모더니즘과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십자가와 부활’이라는 절대 진리의 기둥을 해체하려는 것에서는 같은 맥락일 수 있지만, 기존의 도전들이 이념적으로, 지역적으로, 시대적으로 제한된 것이라면, AI 시대는 이념적 논쟁에서도 자유롭고, 갈수록 시공간적인 제한도 받지 않는 전 지구적 시대 흐름이라는 점에서 전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독교는 의식하지 못한 채 더 큰 정체성과 신앙적 위기를 맞을 수 있다. AI가 갖는 편리성, 혁신성, 만능성의 밑바닥에는 ‘이제야말로 인간은 하나님 없이도 잘 살 수 있다’라는 무신론적 감탄이 흐르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제자훈련의 특이점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더 이상 전통적인 방식의 제자훈련이 인공 지능으로 무장한 세상을 변화시키지 못하는 어느 순간이 시작된다면, 제자훈련 교회, 제자훈련 사역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과연 인공 지능의 세상에서도 제자훈련은 지금처럼 의미 있게 존재 가능한가?
어떻게 해야 제자훈련이 AI라는 거대한 세상의 폭풍우 속에서도 파산하지 않고, 교회와 교인들을 이끄는 모세의 지팡이와 다윗의 물맷돌처럼 한결같이 튼실한 사역의 뿌리를 지켜 내는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오늘날 자칫 시스템이나 프로그램, 나아가 관료적으로 변질한 제자훈련은 더 이상 모세의 지팡이나 다윗의 물맷돌이 되지 못할 것이다.
사역자의 시선은 교회 안팎을 동시적으로 봐야 한다. 교회 내부의 문제에만 골몰하는 영적인 우물 안 개구리의 가치관과 시각으로는 세속의 쓰나미가 덮치는 것을 인식조차 하지 못한 채 휩쓸릴 것이다. 사역자는 졸지 말아야 한다. 시대적으로 칼이 임함을 보면 반드시 나팔을 불어 교인들을 깨워야 한다(겔 33:3). 동시에 힘으로도, 능력으로도 되지 않으며 오직 나의 영으로 된다는 말씀이 AI 시대에도 여전히 진리임을 믿고 붙들어야 한다(슥 4:6).
인공 지능이 도래하고 주도하는 전인미답의 세상을 사람들은 기대와 두려움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교회와 사역자, 신자는 인공 지능이 세상을 주도할수록, 조금의 망설임이나 두려움 없이 인격이신 성령님만이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인간의 절대 해답임을 선포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신앙의 사각지대가 없이 성령님께 의존하고, 성령님으로 주도되는, 성령으로 체화된 제자훈련이 AI 세상의 모든 특이점들을 돌파하는 그 길(The Way)을 열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