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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칼럼 오정현 원장_ 국제제자훈련원
코로나19(이하 코로나) 사태 이후 정부의 방역 지침과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현장 예배가 크게 위축되고, 신앙 공동체 모임도 어려워졌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한국 교회는 더 이상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동의하든 하지 않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한국 교회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이전과 결코 같을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다.
안팎으로 숨 가쁜 한국 교회의 상황은 마치 스가랴 3장의 ‘불에서 꺼낸 그슬린 나무’를 생각나게 한다. 세상에서 믿지 않는 자들이 교회를 코로나 확산의 진원지라고 비난하며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는 것이, 스가랴 3장 1절에서 사탄이 하나님께 여호수아의 오염되고 초라한 몰골을 비난하며 참소하는 모습과 흡사하다.
사탄이 고소하는 내용의 핵심은 이것이다. ‘대제사장 여호수아가 부정한 이방 땅 바사에서 태어나 부정한 곳에서 성장하고 부정한 땅에서 제사장이 됐는데, 어떻게 거룩한 땅(슥 2:12), 약속의 땅에서 대제사장직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나름 근거 있는 고소다. 이런 상황은 오늘날 기독교에 적대적인 사회와 여론이 교회에 대한 일부분의 사실을 침소봉대(針小棒大)하며 비난하는 것을 연상케 한다.
하나님께서는 이 같은 사탄의 고소에 대해 “이는 불에서 꺼낸 그슬린 나무가 아니냐”(슥 3:2)라고 책망하시며, 오히려 여호수아의 더러운 옷을 벗기고 그에게 아름다운 옷으로 입히시는 기회로 삼으셨다.
불에 그슬린 나무와 막대기가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 나무를 쓰신다. 우리는 모두 다 불에서 꺼낸 그슬린 나무와 같다. 감리교 창시자 존 웨슬리는 자신을 소개할 때 “저는 불에서 꺼낸 그슬린 나무입니다”라고 했다. 존 웨슬리가 여섯 살 때 집에 불이 났다. 다른 가족들은 모두 불을 피해 나왔는데, 어린 웨슬리만 불이 난 줄 모르고 2층에 있었다. 창문에 매달려 살려 달라는 웨슬리를 이웃들이 간신히 구출했고, 그가 나오자마자 바로 지붕이 내려앉았다.
이런 생생한 경험으로 웨슬리는 자신을 소개할 때마다 스가랴 3장 2절의, ‘불에서 꺼낸 그슬린 나무’를 인용했다. 자신을 ‘불에서 꺼낸 그슬린 나무’라고 인식하는 한 사람을 통해, 얼마나 많은 영혼이 주님께로 돌아왔는지를 우리는 기독교 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다.
코로나 사태를 지나면서 교회는 안팎으로 마치 ‘불에 그슬린 나무’처럼 여겨지고 있다. 외적으로는 코로나 확산의 책임 비난에 직면해 있고, 내적으로는 침체의 기운에 끌려가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한국 교회가 다시 ‘정결한 관’(슥 3:5)을 쓰고 말씀에 순종하며 생명의 복음을 순교적인 각오로 붙든다면, 하나님께서는 한국 교회에 다시금 아름다운 옷을 입히시고 우리를 거룩한 부흥의 시대로 이끄실 것이다. 이것은 목회자로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는 한국 교회를 향한 은혜의 갈망이요, 간절한 기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