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2024년 03월

“대한민국은 우크라이나의 롤 모델입니다”

발행인칼럼 국제제자훈련원 원장 오정현




“주님의 교회는 유기적 생명을 가진 한 몸이다.” 이는 예수님을 믿는 순간부터 듣고 알고 깨닫는 진리다. 그러나 교회의 우주적 공동체성은 지적인 명제로서만 작동할 때가 적지 않다. 전체를 보기에는 현실적으로 지금 눈앞의 문제가 너무 커 보이거나, 혹은 교단과 교리, 이념적 칸막이라는 장벽을 넘지 못한 결과일 것이다.

지난 2월 초,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우크라이나를 위한 기도 모임’(Ukraine Week DC)에 참석해 말씀을 전했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과거의 한국과 너무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우리는 70여 년 전에 전쟁으로 인해 나라 전체가 폐허를 경험했다. 지금 우크라이나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가장 큰 전쟁 중 하나를 겪고 있는데, 난민만 5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나라 전체가 파괴되는 고통을 받고 있다. 

기도 모임에 참석한 우크라이나 목회자 120여 명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주님의 몸 된 교회의 유기적 공동체성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그분들이 간절히 소망하는 것은 전쟁 회복이나 경제 회복을 넘어 영적 회복이었다. 

대화하는 도중, 어느 목사님이 “목사님, 우크라이나와 대한민국은 쌍둥이입니다”라는 말씀을 했다. 나는 “왜 우리가 쌍둥이입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 분은 “대한민국도 엄청나게 외부로부터 침략을 받았고, 우크라이나도 과거 오랜 기간 러시아의 침략을 받았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어진 그분의 말씀은 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대한민국은 우크라이나의 롤 모델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말한 롤 모델은 한국의 반도체나 조선, 자동차 산업과 같은 것이 아니었다. “우리의 롤 모델은 대한민국 교회의 영적인 능력입니다. 한국 교회가 강한 것처럼 우크라이나 교회가 강해지기를 원합니다. 우크라이나 교회가 강건해질 때 우크라이나도 회복되고 재건될 줄 믿습니다.”

그들의 말을 들으며 주님의 몸 된 교회는 우주적 유기체임을 다시 확인했다. 수천km가 떨어진 한국 교회의 생명력이 우크라이나 교회의 역동성을 감당한다는 사실은, 우리의 시선이 지역이나 이념, 교단을 넘어 오직 예수님으로 인해 서로를 향해야 함을 절실하게 느꼈다.

그리고 ‘유럽의 복음화는 우크라이나 교회의 회복에서 시작되겠구나’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하나님 아버지, 저 어려움 속에서도 우크라이나 교회에 세상이 감히 줄 수 없는 생명의 역사가 발휘되게 하옵소서.” 

한국 교회가 우크라이나를 돕는 것은 동지적 의식, 주님의 몸 된 공동체적 의식의 발로(發露)다. 그러므로 교회의 유기체성은 지적인 명제가 아니라 삶의 실천이요 실제임을 확인하고, 제자훈련의 목적 또한 지리적 거리나 인종적 차이를 넘어 생명의 역사를 확장시키는 것이 돼야 한다. 그럴 때 제자훈련은 진정으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는’ 글로벌 스탠다드의 용량을 품고, 교회가 은혜의 누수 없이 참으로 중요한 복음의 본질에 진력할 수 있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