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2025년 09월

평신도 사역의 소중성을 붙든다

발행인칼럼 국제제자훈련원 원장 오정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이는 1978년 7월, 내 속에 불이 떨어졌던, 결코 잊을 수 없는 송추수련회 주제였다. 그때 구원의 확신을 굳건히 했고, 세계를 품는 사역자로 성장할 삶의 실마리를 잡았다. 강사였던 고(故) 옥한흠 목사님은 유학 중 경험한 영적 핵심, 감각, 비전들을 풀어놓으셨고, 우리들은 비록 신학을 전공하거나 목회를 하지 않아도 자신의 삶에서 예수님의 지상명령에 순종키로 결단했다.

 

지난 반세기 동안 ‘평신도 사역’이라는 용어를 마치 신학교를 졸업한 전임 사역자와 대비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오해는 교회의 생태를 왜곡하고, 성도의 성장과 선교의 확장을 가로막았다. 그러나 성경은 일관되게 모든 믿는 자는 왕 같은 제사장으로 부름을 받았으며, 이는 삶의 전 영역에서 하나님의 사명을 대신하는 공적인 소명을 가진 자임을 말씀하고 있다.

 

지난 40여 년의 사역에서 깊이 새겨진 것이 있다. 목회 사역의 사활(死活)은 소중한 평신도들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며, 목회자의 그릇은 평신도들을 얼마나 ‘디사이플 메이커’(Disciple Maker)로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또한 교회의 용량은 모이는 숫자가 아니라 제자 삼는 평신도 지도자들이 얼마나 사명으로 헌신하는가로 결정된다.

 

사랑의교회 제자훈련의 특징은 균형 잡힌 지역 교회 평신도 지도자들을 배출하는 데 있다. 특히 1986년에 시작한 제자훈련지도자세미나(이하 CAL세미나)는 2024년 기준 27,602명이 수료했다. 지역 교회에서 일어난 대부분의 훈련 양육 세미나는 교회 안팎의 환경이 변하면 10년 내에, 길어도 20년이 지나지 않아 중단되거나 사라진다.

 

이에 비해 사랑의교회가 ‘평신도를 깨운다’는 기치를 내걸고 시작한 CAL세미나는 지난 40년 동안 쉼 없이 지속했고, 이제는 전 세계의 지역 교회와 함께하는 세미나로 더욱 튼실하게 뿌리내렸다. 이는 하나님의 특별한 손길과 한 사람을 제자 삼아 예수님의 지상명령을 실현하는 영적 원리의 열매가 맺어진 결과라고 이해할 수 있다.

 

때로는 믿는 자를 하나님 나라를 일구는 평신도 사역자로 세우는 제자훈련이 ‘자기 의’를 앞세우는 평신도 지도자를 키운다는 비판이 있다. 이러한 고민을 가지고 집필한 책이 《온전론》이다. 제자훈련이 자기 의의 완장을 찬 평신도 지도자가 아니라, “날마다 죽노라”는 자기 부인을 통해 예수님을 닮아 가는 성품으로, 십자가를 삶의 중앙선으로 삼는 신앙 인격으로, 한 사람의 영혼을 위해 섬김을 다하는 충성된 일꾼으로 훈련하는 것이 평신도를 사역자로 깨우는 온전론의 핵심이다.

 

이번 10월 27일에 사랑의교회에서 개최되는 2025 WEA 서울총회는 “신자가 거룩한 삶을 살고,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 증거”하는 것을 신앙으로 고백하고 있다. 이는 모든 믿는 자를 예수님의 지상명령을 실천하는 사역자로 일깨우는 일이다. WEA 서울총회는 천하 만민에게 순전한 복음을 선포하는 성령 충만한 현장(現場)으로서, 이를 위해 복음의 최전선에서 사역하는 지도자들이 거룩한 연대를 이루어 예수님을 믿는다는 이유로 핍박받는 형제자매를 보호하는 복음의 피난처를 만들고, 튼실한 성경적 프레임을 구축해 복음의 강력한 방파제가 되며, 하나님 나라의 헌신된 마병을 준비하는 천금의 기회가 될 것이다.

 

평신도를 일깨워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사역자로 만드는 것은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사명이다. 청년·대학부 시절부터 미국에서 교회를 개척하고 오늘날 사랑의교회 사역에 이르기까지, 예수님의 지상명령을 성취하기 위해 같은 꿈을 꾸는 평신도 지도자들을 만난 것이 형언할 수 없는 사역의 축복이요,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 위에 은혜임을 고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