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2009년 07월

영적 변화와 다음 단계

발행인칼럼 김명호 목사 _ 국제제자훈련원 대표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이 질문은 자신의 영적 현실을 냉철하게 직면하도록 돕는다. 숫자의 신화를 넘어 건강한 교회를 지향하는 우리 모두가 던져야 할 질문이기도 하다.
주일 낮 예배에 출석하는 숫자는 교회의 건강성을 대표하는 지표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교회 성장학이 미신처럼 가지고 있던 숫자의 굴레를 벗어나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영적 현실을 객관적으로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분명한 자기 인식만이 치열한 내일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현재 모습을 드러내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몇 년 전 윌로크릭의 빌 하이벨스 목사는 『발견(Reveal)』이라는 책을 통해서 자신이 섬기고 있는 교회의 성도들이 자신의 삶을 전적으로 그리스도께 헌신하고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직면하고자 시도했다. 쉬운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처한 영적 상태를 과학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객관적으로 드러내려고 애를 썼다.
또한 이러한 자기 인식을 바탕으로 자신들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고민은 Follow Me(나를 따르라)라는 책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이 주장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내 모습이 무엇인지 그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수님의 제자라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와 같은 제자도에 대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영적으로 성숙했다면 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그리고 내가 영적 성숙을 이루었다면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과 씨름을 해야 한다.
MIT의 슬로안 경영학교(Sloan School of Management)의 부설기관인 Center for Organizational Learning의 대표로 일하는 피터 센게(Peter Senge)는 위의 두 질문을 ‘현실’과 ‘비전’이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는 현실이고, 우리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는 비전이다. 그리고 현실과 비전 사이에는 간격이 존재한다. 그의 저서, 『제5경영』에서 그는 비전과 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간격 자체가 우리가 있는 곳에서 가고 싶은 곳까지 이동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 준다고 설명한다. 그는 이 간격을 ‘창조적 긴장’이라고 부른다.
센게는 창조적 긴장을 고무 밴드로 설명한다. 두 손바닥을 고무 밴드에 넣고 팽팽하게 당기고 있다고 생각해보라. 위에 있는 손은 비전이고 아래 있는 손은 현실을 보여준다. 이 둘 사이를 고무 밴드가 팽팽하게 당기고 있다. 센게는 현실과 비전 사이의 간격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간격이 너무 멀면 고무줄이 끊어지든지 튕겨 나간다. 비전이 너무 높아 보이면 무력감을 느끼고 변화에 대한 희망을 상실할 수 있다. 반대로 간격이 별로 없으면 긴장 자체가 없게 된다. 비전이 현실과 거의 차이가 없을 때에는 변화를 일으킬 동기나 에너지가 생기지 않는다.
이 둘 사이의 긴장이 해결되는 길은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현실을 비전으로 끌어당기든지, 비전을 현실로 끌어당기는  것이다. 어떤 방법을 선택하느냐는 얼마나 끈질기게 비전을 붙잡고 있느냐에 달려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영적 성숙의 목표, 즉 제자도를 확고하게 붙잡고 있다면 우리의 현실을 변화시킬 것이다. 그러나 현실과 상황에 집착하면 우리의 목표를 포기하든지 그 수준을 낮추게 될 것이다.
오늘 우리가 섬기고 있는 많은 형제자매들은 자신에게 영적 성장에 대해 도전해 달라고 말한다. 영적 성장의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SOS를 보내고 있다. 그들이 오늘의 삶 속에서 그리스도의 형상을 본받으며 제자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기 원한다면, 우리는 영적 멘토로서 그들의 현실과 비전을 분명하게 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현재의 영적 상태와 이루어야 할 영적 성장 사이에 존재하는 간격(gap)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변화를 통해 영적 성숙을 경험하며 자라가도록 적당한 창조적 긴장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현재의 영적 상태와 성취해야 할 성숙의 자리 사이에 있는 간격을 메울 수 있는 세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수백 가지의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지금 성취할 수 있는 2~3가지의 계획이 필요하다. 이러한 영적 성장의 경험은 또 다른 단계의 영적 성숙의 계획을 필요로 할 것이다. 구체적인 영적 돌봄이 있는 목회 현장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