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김명호 목사 _ 국제제자훈련원 대표
‘아름다운 비행’이라는 영화에서 주인공인 에이미는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고 아버지와 10년 만에 만나 다시 고향을 찾는다. 엄마를 잃은 슬픔과 아빠와의 좁혀지지 않는 거리감 때문에 방황하던 에이미는 개발업자들의 횡포로 훼손된 늪 주위를 거닐다가 미처 부화하지 못한 야생 거위알을 발견한다.
에이미는 거위알들을 조심스럽게 집으로 옮겨놓고 정성을 기울여 돌보면서 귀여운 새끼 거위들이 태어나는 모습을 지켜본다. 모두 16마리. 거위들은 태어날 때 세상에서 제일 먼저 본 대상을 자기의 어미로 인식한다. 에이미를 자기들의 어미로 아는 거위들은 그녀를 졸졸 좇아 다니면서 그녀의 행동을 따라 한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형태로 나타나는 유대감이 새의 신경계에 천성적으로 각인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이 단지 새에게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인간에게도 영적으로 이러한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특별히 신앙의 초기 단계에서는 영적 지도자의 모습을 그대로 카피하듯 따라하는 경우가 많다. 지도자의 외모와 가치관, 행동들이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들의 모습을 따르는 자들에게 그대로 각인되기 때문이다.
지도자들에게는 이런 영향력이 있다. 우리는 리더십을 정의할 때 가장 쉽고 간단한 표현으로 “리더십은 영향력”이라고 한다. 문제는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영향력이 아니라 건설적이고 거룩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거룩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까?
Leader Breakthru의 대표로 섬기는 테리 월링은 히브리서 13장 7,8절에서 리더십 개발을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신 하나님의 명령으로 받아들인다. 히브리서 기자는 우리를 이끌어주는 지도자들을 기억하여 분석하여 보고, 그들의 삶에서 교훈과 패턴을 발견하여 우리의 삶에 적용하고 순종하라고 권면한다. 한 마디로 리더들을 보고, 그들에게서 배우라는 것이다. 이것이 리더십 개발이다. 7절에서는 하나님께서 아브라함과 다윗, 세례 요한과 바울에게 하신 일을 오늘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하신다고 선언한다.
오늘 교회의 지도자들은 그들을 따라 새롭게 신앙의 길을 걷기 시작하는 새내기 그리스도인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가? 마치 갓 태어난 거위들이 처음 보는 대상을 어미로 인식하고 따르듯, 사람들은 소위 교회 지도자들이 하는 모습을 그대로 따라서 행동하고 있다. 그들에게 우리 지도자들은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가? 어쩌면 지금까지 교회에서 실시하고 있는 리더십 개발은 마치 벽돌을 찍어내듯 그저 그렇고 그런 사람들을 양산해 낸 것은 아닌지?
제자훈련이란 그저 받아 누리는 “소비자”가 아닌 교회와 세상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기여자”를 만드는 과정이다. 단순히 복 받고 편안함을 누리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키는 제자로 세워가기 위해서는 뭔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단순한 정보 제공이 아니라 삶을 통해 변화를 일으키는 리더십 모델이 필요하다.
최근 들어 교회의 사회적 책임에 초점을 두고 교회와 기독교가 감당해야 할 새로운 비전과 사명에 초점을 맞추려는 시도들이 여기 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교회의 훈련을 통해서 세워진 사람들이 자신의 삶보다도 하나님 나라를 위해 헌신할 수 있도록 도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 속에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비참한 가난의 문제, AIDS와 같은 질병의 문제, 그리고 지역사회의 이웃들과 함께 울고 웃으면서 변혁을 주도하는 책임이 교회와 그리스도인에게 있음을 도전해야 한다.
리더십의 핵심은 이론이 아니다. 현장 속에서 실천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오늘 우리가 섬기고 있는 제자훈련이 탁상공론은 아닌지 심각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교회 안에 귀족계급을 만드는 훈련이 아니라 섬김과 실천을 통해 세상 속에 하나님의 사랑이 흘러 넘치도록 만드는 훈련이 되도록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모든 교회가 세상의 희망이 아니다. 세상에 빛과 소금으로 책임을 다하는 공동체로 변화된 교회가 세상의 희망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