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2010년 01월

자기성찰이 있는 제자훈련

발행인칼럼 김명호 목사 _ 국제제자훈련원 대표

어떤 사람이 사냥 약속에 늦었다. 그는 자기 물건을 옮겨줄 사람들을 고용하느라 3일이나 더 지체하게 되었다. 겨우 사람들을 구한 그는 늦어진 일정을 따라잡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첫날, 사냥길에 오른 그들 모두는 하루 종일 뛰느라 모두 녹초가 되었다. 그 다음날 그는 휘슬을 불어 모든 사람들을 일으켜 세웠다. “일어나 가자. 앞 팀을 따라잡아야 한다.” 일꾼들은 등에 짐을 지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날 저녁, 모두가 지쳐 쓰러졌다.
셋째 날이 되었다. “자 이제 우리가 서두르면 이틀 안에 앞 팀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또 모두가 하루 종일 뛰었다. 그리고 기진맥진한 상태로 저녁을 맞이했다. 넷째 날이 밝았다. “모두 가자. 오늘 안에는 앞 팀을 잡을 수 있다. 오늘 저녁에는 모닥불 앞에서 편히 쉴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자 일꾼 중에 하나가 이렇게 말했다. “저희는 더 이상 갈 수가 없습니다.” “나는 앞 팀을 따라잡기 위해서 너희를 고용했는데 무슨 말이냐?” “우리는 매일 이렇게 달릴 수는 없습니다. 지난 3일 동안 너무 서둘렀습니다. 이제 하루를 온전히 쉬어야 우리 영혼도 우리를 따라올 수 있을 겁니다.”
초고속 열차인 KTX가 일상이 되었고, 세계 어느 곳이든 하루 만에 갈 수 있다. 시공간을 뛰어넘는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에 살면서 우리의 삶은 점점 더 바빠지고 있다. 엄청난 양의 정보가 쏟아지고 가열되는 경쟁 속에서 잠시라도 멈춰서면 뒤쳐질 것 같은 걱정이 앞선다. 그렇게 바삐 살다가 한 해를 마감하고 새해, 2010년을 맞이했다.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시간관리가 경쟁우위의 원천이라며, 시간을 지배하는 자가 성공한다고 강조했다. 앨빈 토플러는 정보사회가 성숙하게 되면 세상은 ‘빠른 자(the fast)’와 ‘느린 자(the slow)’로 나뉘고, 빠른 자가 느린 자를 지배하게 된다고 말했다. 빌 게이츠는 21세기는 속도의 시대라고 말한다. 미래 예측 전문가 집단인 세계미래회의 회장 티머시 맥은 시간이 돈보다 값진 자원이 되는 시간부족(Time Famine) 사회를 예언했다.
결국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목표는 우리가 얼마나 시간을 잘 관리하느냐에 달렸다는 것이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한다고 해서 기계처럼 살아갈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주변이 바쁘게 돌아갈수록 삶의 여유와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그 삶의 여유와 깊이를 느끼기 위해서는 느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저술한 피에르 쌍소는 느림이 시간을 흘러보내는 것이 아니라, 한가로이 거닐거나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꿈을 꾸고, 기다리는 것과 같은 적극적인 삶의 한 형태라고 말한다.
이런 생각은 최근에 걷는 것과 같은 자기성찰형 여가활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브라질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순례자』를 통해 유명해진 ‘카미노 데 산티아고의 순례길’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프랑스의 생장피에르포르에서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델라 대성당까지 약 800km에 이르는 시골길을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걷는다. 사제들만 걷는 것이 아니다. 종교적인 이유를 뛰어넘어 수많은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이 길을 걷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 올레길이 대표적인 여가활동을 위한 길로 자리잡았다. 전통사찰의 템플 스테이나 천주교의 피정과 같이 명상을 하거나 자신을 돌아보는 일에 여가 시간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또한 이념과 입장이 양극화되어 균형감각을 유지하기 힘든 시대 속에살면서 사람들은 방황하고 있다. 그래서 내면의 안정을 되찾고, 자신의 모습을 성찰하기 위한 이러한 시도들이 각광받는 것 같다. 이럴 때일수록 교회는 분명한 영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진정한 제자로 살아가도록 돕기 위해서, 교회는 쉼과 성찰의 시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말씀 앞에서 자신을 진지하게 돌아볼 수 있는 성찰의 자리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 우리의 제자훈련이 바쁜 일상생활에 또 다른 바쁨을 얹어주는 짐이 아니라 쉼과 회복의 자리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