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김명호 목사 _ 국제제자훈련원 대표
제주특별자치도의 동쪽에 돌출한 성산반도 끝자락의 성산일출봉. 사발모양의 평평한 분화구에 3면이 깎아지른 해식애를 이루고 분화구 위에는 99개의 바위 봉우리가 빙 둘러서 있는데, 마치 그 모습이 거대한 성(城)과 같다고 해서 성산이라고 하고, 해돋이가 유명하기에 일출봉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정상으로 가는 길은 그리 매력적인 길이 아니다. 좁고 꼬불꼬불한 길을 힘겹게 올라갈 때는 우리 앞에 어떤 장관이 펼쳐질지 잘 예상할 수 없다. 그저 힘들게 올라가는 길일 뿐이다. 왜 이런 곳을 올라가느냐고 불평도 할 수 있지만 정상에 올라가서 펼쳐지는 장관을 보면 탄성을 금할 수 없게 된다. 그 힘든 길을 걸어온 보상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
제자훈련이 바로 이와 같다. 제자훈련을 할 때에는 그 과정 끝에 어떤 일이 기다리는지 잘 모른다. 그저 어렵고 힘든 긴 과정일 수도 있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우리의 삶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 과정 끝에서 하나님의 아들의 형상을 닮아가는 영광을 맛보게 된다. 그래서 제자훈련 과정은 말씀에 따라 순종함으로 삶의 변화를 경험하는 순례의 여정이다.
많은 사람들이 제자훈련을 성경에 관해서 공부하는 것이라고 오해한다. 하지만 제자훈련의 핵심은 우리가 깨달은 진리에 행동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순종의 자리까지 가야만 한다. 그래서 제자훈련은 행동으로 결단 내리고 실천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지난 가을 세미나에서 대구 푸른초장교회 임종구 목사가 자신의 사역을 간증했다. 그가 함께 나눈 이야기 중에 기억나는 일화가 있다. 임 목사는 매년 5월마다 가정의 달을 맞이하면서 제자훈련생에게 생활숙제를 내준다. 형제들에게는 처갓집에, 자매들에게는 시댁에 가서 사랑을 표현하라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법까지 가르쳐준다. 사전에 부모님 댁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살펴보기 위해서 방문을 한다. 그리고 적어도 50만 원 이상의 선물을 가지고 찾아가 하룻밤을 자면서 사랑을 고백하라는 것이다.
한 형제가 임 목사에게 찾아와서 자신은 숙제를 못하겠다고 말했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자신은 이미 아버지와의 인연을 끊은 지 10년이 넘어서 그 숙제를 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임 목사는 그 형제에게 숙제를 못하겠으면 제자훈련을 그만두라고 말했다. 그래서 제자반 식구들이 나섰다. 그 형제의 아버지를 찾아 나섰다. 결국은 부산에서 휠체어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아버지를 찾아냈고, 형제의 아버지를 병원에 입원시키고 다리를 치료해드릴 수 있었다. 제자훈련을 받던 그 형제는 결국 숙제를 할 수 있었다.
실천적 제자훈련이 진정한 제자훈련이다. 하지만 우리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서 실천하지 못하는 것을 변명한다. 성경말씀을 해석하고 깨달은 말씀이 마치 말씀의 적용이라고 착각한다. 때로는 할 수 없는 이유를 대면서 은근슬쩍 넘어간다. 눈물, 콧물 흘리는 감정적 경험으로 의지적인 결단을 대치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가짜(pseudo) 순종이다.
순종의 길을 걸어가는 것은 구불구불한 산길을 지나 정상으로 향하는 것과 같다. 큐티를 하는 가운데, 소그룹 성경공부를 하는 가운데, 설교를 듣는 가운데 우리에게 들려주시는 하나님의 음성 앞에서 순종의 발걸음을 떼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길을 걸어가다 보면 정상에서 펼쳐지는 장관을 볼 수 있다. 혼자서 그 길을 걸어가면 쉽게 포기할 수 있기 때문에 혼자 하기보다는 함께하는 것이 좋다. 서로의 모습을 보면서 격려하며 그 힘든 길을 함께 가는 것이 좋다. 실천적 제자훈련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