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김명호 목사_ 국제제자훈련원 대표
인천에 있는 은혜의교회에는 교회 벽면에 “Scars into Stars”라는 글귀가 붙어 있다. 안에 들어가면 “상처는 별이 됩니다”라는 커다란 액자도 걸려 있다. 이 교회를 담임하는 박정식 목사는 청년들을 데리고 성지순례를 간다.
청년들에게는 담임목사와 함께 비행기를 타고, 성지를 여행하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경험이다. 그런데 이 여행의 진수는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과정에 있다. 박 목사는 이 시간에 가슴을 열고, 청년들과 깊이 대화한다. 자신의 약함을 온전히 드러내는 것이다.
그는 이 시간에 여섯 살 때 자살을 시도했던 일부터 시작해 초등학교 4학년 때 학교를 중퇴하고 야학으로 공부를 해야 했던 자신의 어릴 적 상처와, 폐병으로 죽을 뻔 했던 삶의 여정을 나눈다. 그리고 “나와 같은 사람도 하나님께서 사용하셨다면 너희들은 어떻겠느냐”라고 묻는다. 그러면 아이들도 하나둘씩 입을 열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사람들마다 겉으로 보이지 않는 상처들이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같은 젊은 청년들에게도 아무에게도 드러내지 못한 상처가 한 무더기씩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버스로 이동하는 이 시간은 서로의 상처를 공유하는 시간이 되고, 여기에서 소망이 생긴다. 상처가 별이 되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오늘날 우리는 강하고 능력 있는 리더만이 돋보이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하나님이 부르시는 지도자는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고 고백하는 사람이다. 성경 속에 등장하는 하나님의 사람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라. 그들은 대부분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서 지도자가 되기를 주저했다. 마지못해 부르심에 응답했던 사람들이다. 한결같이 스스로 지도자의 자격이 없음을 인식하고, 자신의 약함을 통절하게 느꼈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이 가진 그 약점은 하나님을 만나는 최선의 통로로 쓰임 받았다.
약함이 하나님의 능력이다. 실패를 경험하고 약함을 인정하는 그 순간, 하나님이 원하시는 지도자가 될 수 있다. 십자가는 바로 약함의 상징이다. 예수님은 하늘의 영광을 버리고 이 땅에 낮은 자로 임하셨다. 하늘의 능력과 부요함도 다 버리셨다. 그분은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처형장으로 끌려갈 때에도 자신에게 주어진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사용하지 않으셨다. 결국 십자가에 달려 죽으심으로써 자신의 사명을 완수하셨다. 기독교 복음은 약함에 그 능력이 있다.
사도 바울은 우리의 부르심이 지혜로운 자, 능한 자, 문벌 좋은 자가 아니라 미련한 것들, 약한 것들, 천한 것들과 멸시받는 것들을 택하셨다고 선언한다(고전 1:26~29). 작고하신 존 스토트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기독교의 근본적 진리 중 하나는 약함과 어리석음에 있다. 십자가의 복음 자체가 약하고 어리석은 것이다.”
그런데 오늘 우리는 너무 강해지고 지혜로워지고 부요해졌다. 또한 그렇게 되기를 사모하고 추구하기에 바쁘다. 교회의 지상 사명은 성장이 되어버렸다. 우리의 지도자들은 너무 위대해져서 성도들의 우상이 되었다. 그래서 약함을 드러내면 죽는 줄 안다. 아니다.
댄 알렌더의 말처럼, ‘지도자의 가장 큰 자산은 능력이 아니라 자신의 약함과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다루는 용기’다. 이 시대에 하나님이 찾는 리더는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고 고백하는 지도자다. 지금은 “내가 약할 때에 곧 강함이니라”고 외칠 수 있는 약함의 리더십을 회복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