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김명호 목사_ 국제제자훈련원 대표
힐링(healing)이 대세다. 지난해에는 ‘힐링’이라는 용어가 출판 분야에서 트랜드로 자리잡히면서 다양한 영역에까지 확산되었다. 2012년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한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젊은이들에게 힐링의 메시지를 전하면서 사랑을 받았다.
한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이 힐링이라는 코드를 전면에 앞세우고, 초대 손님의 마음을 위로해주며 대세 토크쇼로 자리를 잡기도 했다.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았던 웰빙은 이제 힐링에게 그 자리를 내주었다. 힐링은 우리 사회를 반영하는 중요한 코드로 대중화되었다.
힐링이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몸이나 마음의 치유’다. 원래는 어떤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쓰이는 말이었는데, 지금은 육체의 치료만이 아닌 몸과 마음의 치유를 일컫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힐링이라는 용어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은 상처 받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또 그만큼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우리는 어쩌면 객관적으로 한반도 역사상 가장 잘 사는 시대를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만큼 주변의 강대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풍요를 누리며 살았던 시대가 또 있었던가?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상대적 박탈감으로 상처받으며 살고 있는 시대이기도 하다. 너나 할 것 없이 세상이 불공평하고 상처받았다고 아우성이다. 한 마디로 힐링에 목말라 있는 시대인 것이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하신 일은 가르치고 전파하며 치유하는 일이었다. 그분이 세운 공동체, 교회 역시 이 세 가지 사역에 집중한다. 교회는 이 세상에서 부름 받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세상에 구원의 메시지를 전파하며, 세상을 치유하도록 다시 파송 받은 그리스도의 제자다. 그러므로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주변에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병든 자, 상처받은 자, 약한 자들을 우리는 의도적으로 돌봐야 한다. 성경은 우리들에게 특별히 고아와 과부들을 향해 긍휼한 마음을 가지고 다가갈 것을 명한다.
어느 정도의 규모와 알찬 프로그램을 갖춘 교회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큰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하지만 작은 개척 교회나 미자립 교회에게 부흥은 너무 먼 이야기이고, 생존을 위해서 몸부림을 친다. 우리 주변에는 척박한 목회환경 속에서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사역자들도 많다. 포스트모던 시대의 짙은 안개 속에서 어떻게 목회를 해야 할지 방황하는 사역자들도 많다. 이러한 목회 생태계 속에서 상처받은 사역자와 교회들이 위로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힐링이 필요하다.
지난 주 제자훈련 사역으로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는 대전의 한 교회를 섬기고 있는 목사님을 만났다. 주변 상가에 위치한 미자립 교회와 함께 성장하는 목회를 지향하고 있는 그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지난 성탄절에는 성도들이 자신들의 교회에서 성탄예배를 드리지 않았다. 대신 주변의 개척 교회와 미자립 교회들에 가서 예배를 드렸다. 성탄헌금도 그 교회에 드렸다.
자칫 잘못하면 이런 행동으로 오해를 받을 수도 있고, 상처를 줄 수도 있지만 결국에는 이웃 교회와 더불어 함께 성장하고 싶은 목회자의 진정성이 통했다. 이제는 함께 예배를 드린 몇몇 교회 목회자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교제하는 시간도 갖고 목회의 경험을 함께 나누고 있다고 한다.
교회는 부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보냄 받은 공동체다. 십자가의 능력으로 치유 받은 공동체로서 이제는 치유하는 공동체로 보냄 받았다. 힐링에 목마른 이 세상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