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2013년 06월

도덕적 주도권이 확보되어야 한다

발행인칼럼 김명호 목사_ 국제제자훈련원 대표


다락방을 섬기는 순장이면서 KBS <아침마당>의 MC인 김재원 아나운서는 최근에 펴낸 책, 『마음 말하기 연습』에서 자신의 경험을 이렇게 나누고 있다. 유학 중에 아버지가 중풍으로 쓰러지자 급히 귀국한 그는 아버지를 간호하면서 병원생활을 하던 중 아나운서의 길을 가게 되었다. 힘든 연수기간을 보내고 춘천으로 발령을 받았다. 새벽에 춘천으로 출근해서 아침방송을 하고, 오후에 퇴근해서 서울로 돌아와 병원에 계시는 아버지를 돌보는 일상이 계속되던 어느 날이었다.
백혈병으로 고통 받던 성덕 바우만의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골수 기증 캠페인이 펼쳐졌다. KBS에서도 전국의 각 도시를 연결해 특별생방송으로 캠페인을 열었는데, 그때 김재원 아나운서는 춘천 명동에서 중계를 했다. 방송을 마치고 돌아온 그날 저녁, 병실에 있던 아버지와 병실 식구들이 방송에 나온 그의 모습을 보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들뜬 마음이 가라앉을 무렵, 병실 창가 쪽에 누워있던 한 환자가 그를 불렀다. 사고로 두 다리를 잃고 의족을 한 채 재활훈련을 하고 있던 중년의 환자였다. 
“그래, 수고했소. 화면 잘 받더군. 말솜씨도 수려하고, 잘 했소. 그런데, 골수 기증은 했소?” “네? 아! 골수기증이오? 아니오.” “아, 그래, 아마 여유가 없었던 모양이군. 그러면 혹시 헌혈은 했소?” “아, 네. 그게 좀 …, 제가 미처 생각을 못했네요.” “아, 그랬군. 난 그냥 하도 골수 기증하라고 말을 잘하기에 당연히 했거니 싶어 물어본 거지. 신경 쓰지 마시오.”
그는 순간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자신이 고통 받는 수많은 백혈병 환자들을 위해 골수기증을 하라고 외치면서도 실상은 행동 없이 빈말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도와준 중년의 환자와의 대화는 방송인으로 살아가는 그의 삶을 받쳐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
제자 삼는 사역은 성경공부가 아니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미사여구를 동원하는 설교도 아니다. 이론이 아닌 실제다. 삶을 나누는 것이다. 지도자의 삶이 투명하게 드러날 때 온전한 제자훈련을 할 수 있다. 지도자의 삶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제자훈련은 지속되기 어렵다.
목회자가 성도들에게 감동만 주기를 원한다면 가능한 한 성도들과 거리를 멀리 둬야 한다. 하지만 그들의 삶에 변화를 일으키기 원한다면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자신이 가르치는 메시지와 행동이 일치하는 신실함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 설교는 회중과 거리가 있는 강대상에서 전달하기에 자신을 숨길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하지만 제자훈련은 자신의 삶을 숨길 수 없는 소그룹 환경에서 이뤄진다.
제자훈련이 갖는 강력한 힘은 하나님의 말씀과 함께 인도자의 삶의 모범이 뒷받침될 때 발휘된다. 로버트 콜만은 예수님의 제자훈련에 있어 중요한 원리가 ‘동거의 원리’라고 말한다. 예수님과 제자들이 함께 먹고, 자고, 길을 가고, 시간을 보냄으로써 제자훈련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네비게이토의 도슨 트로트맨은 샌디에이고에 머무는 해군 장병들을 자기의 집으로 데리고 가서 함께 동거하며 삶을 나눴다. 그 결과 하나님 나라를 향해 자신의 삶을 드리는 수많은 동지들을 얻을 수 있었다.
문제는 지도자들의 삶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도바울은 “내가 그리스도를 본받은 자가 된 것처럼 너희는 나를 본받으라”고 했지만, 우리에게는 늘 허물과 실수가 따라다닌다. 그 어느 누구도 자신 있게 나와 같이 되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자 삼는 일은 피할 수 없는 사명이다. 그러므로 제자훈련 지도자는 실수하고 실패했을 때 솔직하게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완벽한 것처럼 치장하고 실수와 허물을 덮기에 급급해서는 제자 삼는 도덕적 주도권을 확보할 수 없다. 진정한 제자도는 지속되는 인격적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것이다. 오늘 제자훈련에 임하는 모든 사역자들이 이 사실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