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2014년 05월

왜 제자훈련 온전론인가?

발행인칼럼 오정현 원장_ 국제제자훈련원

지난 1년은 사랑의교회에게 혹독한 시기였다. 와중에 어떤 이는 제자훈련에 대한 회의적인 생각을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상황을 전체적으로 조망하지 못한 시각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 기간은 나 자신을 포함해 사랑의교회가 지난 35년간 알게 모르게 겹겹이 껴입었던 관행의 옷, 자기의(自己義)의 옷을 털어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제자훈련을 받았던 성도들의 성숙함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교회의 어려움을 체감할수록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이 간절해져 자발적인 기도운동이 시작됐고, 교회 건축을 위해 4만 8천 명의 성도들이 금식과 기도에 참여했다. 이런 결과를 낳을 수 있었던 동인은 바로 제자훈련에 있다.
한편으로 이 기간은 지금까지의 제자훈련을 돌아보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제자훈련의 본질, 제자훈련의 바닥, 제자훈련의 뼈대를 들여다보게 된 것이다. 우리도 모르게 지난 35년 동안 사람들의 생각이 하나둘씩 덧붙여져서 제자훈련의 본질에서 벗어나지는 않았는지, 제자훈련의 목적은 무엇이며, 진정한 제자훈련의 결과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가슴 찢는 고통만큼 치열하게 살펴보게 됐다.
그렇게 해서 발아된 것이 바로 ‘온전론’이다. 온전론은 예수님의 피로 녹아진 제자훈련이요, 예수님의 피에 민감한 마음 밭을 만드는 훈련이다. 옥한흠 목사님의 ‘광인론’을 통해서 제자훈련의 절대 필요성이 강조됐다면, 온전론은 제자훈련이 삶의 현장에서 어떻게 실천돼야 하는지, 그리고 다시금 제자훈련의 그 순전한 목적은 무엇인지를 찾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온전론은 광인론의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제자훈련이 제자훈련의 씨앗을 왜 뿌려야 하는지에 집중했다면, 온전론은 제자훈련의 씨앗을 어디에 어떻게 뿌려야 사회적, 시대적 파고를 넘어 전방위적 복음의 계승을 이룰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이것은 교회에서 가르치는 제자훈련에서 삶으로 실천되는 제자훈련으로, 디사이플 메이킹 처치(Disciple Making Church)에서 디사이플 메이킹 미션 처치(Disciple Making Mission Church)로의 변화를 말한다. 쉽게 말하면, 만일 제자훈련을 받은 부모의 가정에서 자녀들에게 바른 신앙이 계승되지 않는 경우와 제자훈련에 대해서 들은 바가 없는 부모의 가정에서 자녀들에게 바른 신앙을 계승하는 경우, 누가 진정으로 제자훈련의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온전론은 여기에 대한 대답이다. 목회자는 한 사람을 예수님의 온전한 제자로 삼기 위해서 제자훈련에 미쳐야 할 뿐 아니라, 사람의 사상이나 방식을 넘어, 예수님의 피로 녹아진 제자훈련을 항상 추구해야 한다. 예수님의 피 앞에서는 모든 것을 멈추고 신앙의 차렷 자세를 회복하는 제자훈련 말이다. 그러므로 온전론은 균형 잃은 제자훈련, 관료화된 제자훈련, 제도화된 제자훈련의 함정을 뛰어넘도록 제자훈련의 모든 것을 예수님의 피로 녹여내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제자훈련의 알파와 오메가는 피 묻은 복음을 통해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신앙 인격의 고봉을 함께 오르는 것이다. 제자훈련은 십자가 앞에서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자신을 들여다보는 훈련이며, 말씀으로 다른 사람을 비판하는 완장이 되는 것이 아니라, 말씀으로 어떤 자리에서도 섬김과 희생을 다하는 수건의 상징이 돼야 한다. 온전론은 이를 위한 것이다. 우리의 영육을 온전하고 성숙한 신앙 인격으로, 섬김과 사랑의 체질로, 교회와 생명을 세우는 일에는 순종으로 본능화시키는 프레임이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언제 어디서든 예수님의 피에 전율하는 체질로 환골탈태시키는 작업이 바로 온전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