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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칼럼 오정현 원장_ 국제제자훈련원
목회자들에게 여름 방학은 쉼과 충전을 넘어 고민의 시간이며, 학기 중 바쁜 사역에 빠져 있을 때는 할 수 없었던 것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다. 한걸음 물러나 사역 전체를 조감하며 미뤄 뒀던 것들을 살피고 정비할 수 있는, 소위 사역의 숨통을 갖는 때라고 할 수 있다. 돌아보면 하반기 사역의 성패는 여름 방학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이 시간은 중요하다. 자칫 충전이 아니라, 침체에 빠지는 위험한 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목회자의 여름 나기에 관해 잊히지 않는 말이 있다. 여름 방학은 전반기와 후반기 사이의 ‘낀 시간’이 아니라 ‘도약대’라는 말이다. 그런데 교회마다 이 도약대의 크기는 물론 탄력성이 다르다. 목회자의 역할은 여름 방학이 영적 도약대의 크기를 확대하고 탄력성을 높이는 시간이 되도록 사역적으로 치밀하게 준비하는 데 있다. 도약대의 크기가 클수록 더 많은 교인이 발을 구를 수가 있을 것이며, 탄력성이 높을수록 더 높이 비상하는 것은 물론이다.
물리적으로 교회의 훈련 사역은 쉬지만, 교회 내 은혜의 리듬은 끊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여름 방학을 맞는 사역자의 숙제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나 교회적으로 쉼과 충전의 시간을 가지면서도, 교회가 지속해서 은혜의 리듬을 유지하기 위해서 삶을 충전하는 신앙의 장을 열어두는 것이 더욱 절실하다. 모든 사람이 방학에 산이나 들로 나가는 것이 아니다. 역발상으로 모두가 느슨해지기 쉬운 여름에 교회가 오히려 영혼의 쉼과 충전을 제공하는 거룩한 장소가 되도록 힘써야 하는 것이다. 사랑의교회에서 하는 월요영성집회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제자훈련을 하는 교회에서 여름 방학이 더욱 중요한 이유가 있다. 여름 방학은 상반기 제자훈련 사역의 실상을 삶의 현장에서 가감 없이 드러내는 시간이다. 상반기 목사의 설교와 가르침, 그리고 제자훈련이 과연 훈련생의 가족이라는 밀접한 관계의 현장에서 얼마나 제대로 작동되느냐를 가늠하는 진검 승부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상반기에 훈련생들은 직장이나 바쁜 가사로 실제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거의 갖지 못했을 것이다. 휴가철은 훈련생의 삶이 얼마나 변화됐는지를 가족들이 가장 가까이에서 목도하는 시간이요, 복음을 자녀들에게 압축적으로 전수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휴가철에 가족들을 태우고 운전할 때, 함께 시간을 보낼 때, 혹은 외부에서 주일을 맞거나 또 홀로 시간을 보낼 때 가족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이는가? 아무리 훈련을 잘 받았다고 해도, 삼사일 혹은 일주일의 휴가 동안 가족들과 함께하게 되면 아무것도 숨길 수 없고 위선을 떨 수도 없을 것이다. 그때 자녀나 배우자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는지가 중요하다. 행여나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다면 훈련의 의미와 목적을 다시 생각해 보고, 마음가짐과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여름 방학, 특히 여름휴가 기간이 목회자의 상반기 사역과 훈련의 실상을 교인들의 삶 속에서 드러내는 시간임을 인지한다면, 목회자는 영적 긴장을 가지고 좀 더 입체적인 시각에서 훈련생들의 여름 방학을 준비하고 맞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