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우은진 편집장
동역자(同役者, Fellow worker)라는 단어의 의미는 ‘하나님의 일을 함께하는 사람’이다. 동등한 입장에서 보다 높은 목적 달성을 위해 함께 일한다는 뜻으로, 복음을 위해 애쓰고 수고하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엿보이는 단어다. 사도 바울은 동역자라는 말을 즐겨 사용했는데, 로마서 16장 3절, 9절, 21절이나 빌립보서 4장 3절, 빌레몬서 1장 24절에 계속 동역자라는 말이 나온다. 동역자의 다른 말로 ‘하나님 나라를 위해 함께 역사하는 자’, ‘진리를 위해 함께 수고하는 자’, ‘하나님의 일꾼’ 등의 표현을 쓰기도 했다.
사도 바울이 동역자로 부른 사람들은 브리스가와 아굴라, 우르바노, 디모데, 아볼로와 디도, 에바브로디도(함께 수고/빌 2:25), 아리스다고와 마가와 유스도(함께 역사하는 자/골 4:10, 11, 몬 1:24) 등이다. 이들 모두 하나님의 나라와 뜻을 이루고자 헌신한 바울의 동역자이자, 하나님 나라의 일꾼들이었다.
제자훈련 하는 사람들에게는 두 부류의 동역자가 있다. 제자훈련을 통해 담임목사의 목회 철학을 이해하고, 함께 건강한 교회 공동체를 세워가기 위해 힘쓰는 평신도 동역자들이 한 부류이다. 인천 은혜의교회는 평신도를 집사, 순장, 구역장이라는 말 대신 ‘동역자’라는 말로 친근하게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또 한 부류의 동역자 그룹이 있다. 바로 전국 및 세계 각지에서 제자훈련을 통해 건강한 교회를 일군 목회자의 동역자들이다. 이들은 이른바 CAL-NET(제자훈련 목회자 네트워크)으로 묶여서 서로를 ‘제자훈련 목회 동역자’라고 부른다. 대부분 5년 이상 길게는 20년 넘게 제자훈련의 한 우물만 판 사람들이다. 그래서 서로의 심정을 그 누구보다 더 잘 안다. 어떻게 목회를 해왔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제자훈련을 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고, 시간과 건강은 얼마나 쏟아야 하는지, 훈련에서 오는 고통과 문제는 무엇인지 등 ‘제자훈련’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서로가 ‘통’한다. 그래서 ‘아’ 하면, ‘어’ 하고 알아듣는다. 교단 총회나 노회, 다른 사 모임에서는 절대 알 수 없는 그들만의 끈끈한 정과 동질감이 그들을 하나로 묶어준다. 그래서 CAL-NET에는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는 동역자들 간의 헌신과 사랑, 배움과 도움이 가득하다. 지난 6월에 열린 CAL-NET 브라디보스토크 포럼도 마찬가지다.
CAL-NET은 1986년 CAL세미나가 시작된 이후 2000년대 초반 조직화됐으며, 중후반에는 활발한 지역 CAL-NET 활동기를 맞이했다. 지금은 전국 각지의 CAL-NET 조직화는 물론, 미국, 호주, 남미,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전 세계 디아스포라가 확산 중이다. 기존에 서울을 중심으로 움직였던 제자훈련 사역도 점차 각 지역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마치 예루살렘교회가 외부적 요인으로 땅끝까지 갔듯이, 지금의 제자훈련 사역도 오히려 어려운 상황 가운데 사람의 계획이 아닌, 자연 발생적으로 러시아, 아시아, 남미, 중국 등으로 점점 퍼져가고 있다.
동역자는 후원자와 다르다. 하나님 나라를 위해 일하는 것은 같지만, 후원자와 달리 동역자는 함께한다. 험한 길도 길동무가 있으면 훨씬 수월하다. 약간의 의견 차이는 있을지언정 예수 그리스도의 신실한 제자가 돼 서로를 밀어주고 당겨주며 함께한다면, 땅끝에서도 예수님의 제자들이 벌떼처럼 일어나는 날이 머지않을 것이다. 그날을 위해 동역자들은 ‘함께’ 모이고, 위로하며, 격려해야 한다.
“그는 나의 형제요 함께 수고하고 함께 군사 된 자요 너희 사자로 내가 쓸 것을 돕는 자라”(빌 2:25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