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우은진 편집장
제자훈련 지도자들과 자기계발 강사들이 공통으로 주장하는 말이 있다. 바로 ‘변화하라’는 것이다. 인문학을 경영에 접목해 깊이 있는 저서들을 저술한 변화관리전문가 구본형 씨의 저서들을 한마디로 압축하면, ‘지금 선 자리에서 변화하라’는 것이다. 그가 남긴 명저 중 하나인 『익숙한 것과의 결별』은 익숙해 있는 현재에서 떠남으로써 변화가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익숙함’과 ‘결별’의 사이에는 변화가 있고, 이 변화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두려움’이란 녀석이 공존한다. 직장에서 다른 직장으로 이동할 때도, 게으른 습관을 고칠 때도, 훈련받으며 좋은 배우자와 예수님의 제자로 거듭날 때도, 다른 곳으로 여행을 갈 때조차 우리는 익숙함과 두려움 때문에 변화로의 선택을 주저하곤 한다. 때로는 생사를 가로막는 일에서조차도 우리는 변화하길 주저한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의 프롤로그는 ‘불타는 갑판, 확실한 죽음에서 가능한 삶으로’라는 소제목으로 시작한다. 1988년 7월 영국 근해에서 석유 시추선이 폭발해 168명이 희생된 사건이 발생했다. 앤디 모칸이라는 사람은 잠결에 폭발 소리를 듣고 깼지만, 눈앞에 거대한 불줄기를 보고 배의 난간에서 갈등한다. 배에서 뛰어내리면 바다에 유출된 기름으로 인해 불길이 일 수 있어, 30분 안에 구조되지 않으면 죽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 안에 있으면 죽을 확률은 100%였다. 그는 ‘30분 안의 구조’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일렁이는 차가운 북해의 파도 속에 몸을 던진다. 그리고 결국 살아남았다. 그는 확실한 죽음이 아닌 죽을지도 모르지만 희박한 가능성을 지닌 삶을 선택했다.
얼마 전에 일어난 세월호 침몰사건은 한국 사회와 교회에 많은 교훈을 던졌다. 만약 청해진 직원들이 늘 하던 대로 하지 않고 하물의 무게를 꼼꼼히 점검했더라면, 선원들이 두려움을 극복하고 승객들을 먼저 배에서 내보내고 뒤에 남았더라면, 해경이 거친 물살을 두려워하지 않고 가라앉는 배에 타 승객들을 구출해 냈더라면 하는, 전에 하던 대로의 익숙함에서 결별해 변화된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것이다.
제자훈련도 마찬가지다. 1년, 2년, 3년이 지나면서 지도자가 익숙함에 젖어 인도하다 보면, 변화가 없는 평신도들만 양산할 뿐이다. 성경이 가르치는 제자훈련 목회 원리에 충실하다는 것은 과거 사역 방식의 익숙함과 결별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지도자가 사역하기 익숙한 목회 방식과 결별해 자신의 몸을 좀 더 많이 쓰고, 자주 평신도를 찾아가고, 설교와 교재 준비로 밤을 지새우며, 새벽에 기도의 무릎을 꿇는 등 불편한 삶을 살아갈 때 수많은 평신도의 삶이 영적 도전을 받고 변화된다. 평신도들 역시 훈련을 통해 과거의 편안하고 익숙한 삶과 결별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세상 사람과 똑같은 모습으로 남게 된다. 한국 교회는 지금 위기 상황이라고 말한다. 무엇부터 고쳐야 할지 알 수 없어 우왕좌왕한다. 이때 가장 필요한 것은 성경의 본질을 붙들고, 지도자들과 평신도들이 편안하고 익숙한 신앙생활로부터 결별을 고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편안하고 익숙한 삶에서, 불편하지만 변화된 삶으로 한 발짝씩 걸음을 뗐으면 한다.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롬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