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우은진 편집장
이번 11월호는 월간 <디사이플>이 창간 11주년을 맞는 생일호다. 요즘 만들어야 할 잡지가 하나 더 늘어나는 바람에 그 부분을 깜박했다. 그래서 제대로 된 지면도 11월호에 마련하지 못해, 생일 자축을 편집장칼럼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원래가 10년이나 20년, 30세나 40세 등 딱 떨어지는 해보다는 그다음 해가 더 힘든 법이다. 이제 <디사이플>이 10년의 문턱을 넘어 11년이 되고 보니, 서서히 매너리즘이 다가오는 것 같기도 하고, 어느 정도의 ‘한계’가 찾아온 느낌도 든다. 실제로 제자훈련의 현장도 그리 녹록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열매는 빨리 드러나지 않기에 그것을 담아내야 하는 <디사이플>은 더 한계가 느껴지기도 한다.
세계적인 강사인 스티븐 코비는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고 말했다. 그의 딸이 아이를 낳고 육아와 일 사이에서 갈등하자,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태양 아래 모든 것에는 적절한 때가 있으니 벽에 걸린 시계를 보지 말고, 네 마음속의 나침판이 지시하는 대로 따르라.” 즉, 그가 평소 ‘시계’를 보고 하루의 분 단위까지도 아끼며 우선순위에 따라 관리하라고 말하던 것과는 정반대로, 마음이 원하는 ‘나침판’을 보며 살라고 조언한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이번 11월호 기획 주제는 ‘자기관리’다. 기획1 원고를 쓴 울산교회 정근두 목사는 자신의 영성관리를 위해 ‘손으로 쓰는 기도’를 몇 년 째 하고 있다. 이것을 지속하는 이유는 마음속에 기쁨이 있고, 무릎으로 하는 기도뿐만 아니라 손으로 쓰는 기도를 하나님께서 기쁘게 받으실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즉, 성경통독이나 기도훈련 등 전통적인 영성관리 방법이 아니더라도 내면에 역시 기쁨이 있다면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수 윤종신이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2010년 자신이 가수로 데뷔한 지 20년이 되는 해에 한 가지 중요한 결단을 내렸다. 음반 판매 상황도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다 보니 언젠가 자신이 노래를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1년에 한두 번 음반을 내던 것을 하지 않고, 대신 매달 음악을 만들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월간 윤종신’이다. 오프라인 잡지가 아닌 SNS에 매월 한 곡씩 곡을 만들어 자신이 부른 노래를 올리는 것이다. ‘월간 윤종신’ 결정에 초기 비평가들 사이에서는 음악이라는 것이 창의적인 예술품으로 오랜 시간과 공을 들여 나와야지, 저렇게 매월 음악을 만들어내면 양은 많아질지 모르지만, 품질에는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비판했었다. 그러나 현재 ‘월간 윤종신’은 2010년 4월부터 시작해 매월 한두 곡씩 나와, 지금까지 70곡 가까이 나왔다고 한다. 그리고 매월 곡이 나올 때마다 마니아층이 늘어나고 있다. 그가 음악이라는 나침판을 보고, 기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월간 <디사이플>도 월간에서 격월간지로 바꾸자, 계간지도 좋겠다는 등의 말들이 오갔다. 사실 월간지는 부지런해야 만들 수 있다. 매월 좋은 원고와 기사들을 담아내는 일이 다소 벅찰 때도 있었다. 그러나 매달 교정을 보면서 어려운 환경 가운데서도 제자훈련을 계속 붙잡고 앞을 향해 나가는 사역자들의 고생스럽지만 보람 있는 내용을 발견할 때마다, 그 영감이 독자들에게도 그대로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그게 <디사이플>이 격월간이나 계간이 아닌, 월간이어야 하는 이유인 것 같다. 시계를 바라보며, 독자가 늘지 않고 필진이나 교회 현장 찾기가 어려워 푸념하는 것이 아니라, <디사이플>이 매월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의 나침판을 바라보며 <디사이플>이 매월 주는 기쁨에 집중하면, 하나님께서도 기뻐 받으시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