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2014년 12월

나이 팔십에도 영적인 걸음을 지속하려면

발행인칼럼 오정현 원장_국제제자훈련원

벤저민 프랭클린은 “많은 사람이 25세에 죽어서 75세에 묻힌다”는 말을 했다. 신앙적으로도 깊은 의미를 던지는 말이다. 30년 이상 사역하면서 이 말은 경험적으로 내게 큰 공감을 주고 있다. 많은 교인이 생물학적 생명인 비오스(BIOS)는 영위하지만 젊어서 이미 신앙의 꿈을 상실하고, 영적 생명인 조에(ZOE)의 삶으로 진입하지 못한 채 육신의 나이가 다하는 그날 이 땅에 묻히는 것이다.
교회 내 수많은 젊은이는 물론이요, 오랜 신앙생활을 한 사람들에게서 ‘25세에 죽어서 75세에 묻히는’ 표징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신앙의 연수를 더할수록 관료화되고, 교회의 직책이 섬김이 아니라 권력이 되며, 교회를 자신의 영욕을 추구하는 무대로 삼는 징조가 보인다면, 25세에 죽어 75세에 묻히는 삶을 살고 있다는 확실한 위험신호다.
제자훈련은 진정으로 연부역강(年富力强)한 신앙생활, 즉 ‘Finishing Well’의 길을 여는 작업이다. 성경에 나오는 베드로와 바울을 비롯한 모든 위대한 인물들이 이 길을 걸었다. 바울 사도의 고백처럼 겉사람은 낡아지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는 은혜, 누구라도 시작보다 끝이 좋은 인생을 살게 하는 원천이 진짜 제자훈련의 힘이다.
사람이 80세가 넘으면, 가장 중요한 것이 아침에 일어나서 걷는 것이다. 80세가 돼 아침에 일어나 걷지 못한다면, 그가 이전에 화려한 이력서를 썼고 천하의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해도, 세상 주목을 받지 못하는 평범한 장삼이사(張三李四)의 아침 걸음을 이길 수 없다. 최근 90세에 가까운 한 유명인사가 이런 글을 썼다. “나이가 들면 대개는 걷지 못하고 누워 있고, 누워 있다가 저세상으로 간다. 어느 누구도 뛰어서 천국으로 직행할 수는 없다.” 제자훈련은 나이가 들어 육신은 쇠잔해진다 해도 주님 만나는 그날까지 영적인 걸음을 지속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리고 최고의 제자훈련 마무리는, 몸은 세월 속에서 후패(朽敗)해도 마음은 설렘으로 뛰어서 천국으로 직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일평생 영적인 걸음을 쉬지 않는 길은 예수님의 말씀처럼 끝까지 견디는 것(마 24:13)과 끝까지 지키는 것(계 2:26)에 있다. 사실 견디는 것과 지키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말씀을 지키는 자가 세상을 견딜 수 있고, 믿음으로 견디는 자만이 말씀 위에 설 수 있다. 제자훈련은 말씀을 지키고, 믿음으로 견디는 것을 체질화하는 것이고, 이런 자만이 아침마다 힘 있는 영적인 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제자훈련은 신앙의 꿈을 잃고 25세에 죽어서 75세에 묻히는 수많은 교인을 일깨워, 나이 팔십에도 건강한 영적인 걸음을 활기차고 위엄 있게 걷게 하는, 죽는 그날까지 신앙의 천수를 누리도록 하는 것이다. 25세에 죽어서 75세에 묻히는 수치 대신 이 땅에서 시작된 신앙의 꿈이 영원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시작보다 마무리가 중요함’을 웅변하는 제자훈련의 축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