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2015년 02월

새신자 정착, 순장과 다락방에 달렸다

발행인칼럼 국제제자훈련원_ 오정현 원장

한 사람의 소중함을 개척 교회 목사만큼 절실하게 느끼는 사람이 있을까? 교회를 찾아온 새신자가 교회에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떠나는 것을 볼 때, 목회자는 형언키 어려운 마음의 짐을 진다. 이것은 개척 교회 목사였던 부친을 곁에서 보았고, 나 자신 또한 목숨 걸고 교회 개척을 하면서 뼛속 깊이 절감한 것이다. 한 사람이 주님께 돌아오는 것은 하늘나라 전체가 기뻐하는 경사이지만, 그들이 지속해서 신앙생활을 지키고 열매 맺게 하기 위해서는 목회자가 얼마나 자신을 소진해야 하는지 모른다.
새신자 정착에 대해서는 새신자의 눈으로 바라봐야 길이 열린다. 일반적으로 초신자가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교회의 모든 것이 낯설어서 오는 일종의 문화충격이다. 교회에서 사용하는 용어나 예배의 순서와 형식, 모임의 참여 방식 등 모든 것이 낯설다. 따라서 새신자가 교회의 문화에 적응하는 시차를 최소화하고, 순적하게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이끌어 주는 이가 필요하다. 한 마디로 이끌어 주는 사람이 없으면 새신자의 교회 정착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기대감도 있지만 뭔지 모를 낯선 감정 속에서 교회에 첫발을 내디딘 이들을 붙잡는 것은 기본적으로 소속감이다. 그래서 다락방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새신자가 교회에 흥미를 갖고 오도록 하는 것은 주일설교를 비롯한 열정적인 예배일지 몰라도, 그들을 교회에 뿌리내리게 하는 것은 다락방 순장과 순원의 역할이 크다. 순장이나 다락방 순원들이 새신자 정착에 중요한 이유는 초신자에게 실제적인 멘토가 되기 때문이다.
주일설교가 초신자들의 삶의 문제를 건드릴 수는 있어도 실제로 초신자들이 문제가 있을 때 달려가서 상의하는 사람은 자신처럼 직장과 가정에서 비슷한 문제를 갖고 있는 순장이나 순원이다. 어느 순간 처음의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뀔 때에도 하나님의 사랑으로 녹이고, 그들의 마음을 만져주는 것도 다락방 순장의 중요한 역할이다. 초신자가 문제를 갖고 순장에게 달려가는 이 순간이 초신자 정착의 골든타임이다. 순장이 어떻게 초신자를 대하고, 어떤 조언을 하며,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거의 교회 정착이 결정된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이 모든 것을 한 단어로 정리하면 영적 가족의식이다. 목회자가, 교회가, 순장이 새신자와 함께 동고동락하는 것은 의무를 넘어 하나님의 가족이기 때문이다. 새신자가 교회에 정착할 수 있느냐를 결정짓는 것은 절대적으로 새신자의 의식 속에 영적 가족의식이 생기느냐에 달려있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는 “가족이란 내가 가면 받아주지 않을 수 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새신자의 마음에 이런 의식이 싹트는 것이 진정한 교회 정착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새가족 어떻게 맞이하고 정착시킬 것인가?”라는 질문에 새신자만 바라본다면, 나무를 보는 것이다. 그러나 순장과 다락방을 바라본다면, 숲을 보는 것이다. 교회 정착에는 두 가지 관점 모두 중요하지만, 튼실한 다락방을 키우고, 목자의 심정이 있는 순장을 양육하며, 다락방을 통해서 하나 된 영적 가족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새신자, 새가족 정착의 가장 큰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