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2015년 02월

편집장칼럼 * 잊혀진 은혜, 성경 1日 1讀으로 되찾자

발행인칼럼 우은진 편집장

해마다 연초가 되면 모두 올해 소원과 이루고 싶은 꿈 리스트나 기도제목을 적는다. 국제제자훈련원에서는 작년 12월 말에 전 직원이 2015년 버킷리스트를 적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적은 것들을 서로 나눴는데, 다이어트, 해외여행, 결혼, 건강, 딸 낳기, 이사 등 다양한 소원들이 있었다. 그중 그리스도인들에게 빠지지 않는 버킷리스트가 있다. 바로 성경 일독과 기도의 습관화다. 나 역시 올해 성경 통독 3번, 잠자기 전 가족과 국제제자훈련원을 위해 기도하기를 버킷리스트로 적었다. 물론 그것과 함께 1, 2위를 다투는 목록 중에는 대출 갚기와 집 마련하기도 있었다.
지난 2005년은 대학원과 바쁜 직장 업무, 그리고 뒤늦은 결혼 생활 속에서 제자훈련을 간신히 수료하며 보냈고, 2006년에는 임신한 가운데 사역훈련을 어렵게 수료했다. 훈련 과제물들은 어떻게든 해서 갔고, 훈련 시간에는 많은 깨달음과 은혜가 넘쳤다. 그러나 죽어도 안 되는 게 하나 있었는데, 그게 바로 성경 암송이었다. 성경 암송은 정말 시간을 내서 내 입과 머릿속에 온전히 말씀으로 채워야 할 수 있는 것인데, 핑계지만 정말 바빠서 외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훈련 중에 성경 암송 시간이 다가오면 인도자의 눈길을 살짝 피해 고개를 떨구고, 그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어린아이처럼 바랐다.
그러다 <날마다 솟는 샘물>이라는 큐티지를 맡아 매월 다른 본문으로 말씀을 교정보면서, 다시 한 번 성경이 내 옆으로 다가왔다. 말 그대로 영적 갈급함이 아닌, 일로서 매달 성경 본문을 묵상하며 교정보게 된 것이다. 내가 스스로 내 몸을 치면서까지 성경을 보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주님께서 잘 아시고, 일로라도 성경 본문을 대면하게 하신 것이다. 그러나 그런 큐티지를 이젠 <큐틴>, <큐티프렌즈>까지 모두 세 권이나 만든다. 이 큐티지들은 모두 똑같은 본문으로 게재되는데, 말씀 암송 코너를 위해 미리 한번 묵상을 하고 다시 그 만들어진 큐티지로 큐티를 하니 한 달에 다섯 번은 같은 본문을 보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끄러운 일이지만 일적인 면 외에는 나 스스로 말씀을 자발적으로 찾지 않은 지 오래됐다.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 정말 형식적으로가 아니라, 간절한 마음으로 성경 통독을 시작했다. 이제 신약을 막 끝내고 구약을 통독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속도가 잘 안 나서 속독기로 읽었고, 통독하는 시간도 들쑥날쑥했으나 지금은 하루 할 일 중 성경 통독을 우선순위로 하고 있다. 먼저 성경 본문을 속독기로 들으며 보고, 다시 첫 본문으로 돌아가 성경을 묵상한다. 뜻이 이해가 안 되면 잘 안 넘어가는 습관 때문이다. 그러면서 서서히 말씀에 빠지게 됐다. 어떤 책보다 재미가 있고,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자주 본 말씀이었지만, 처음부터 한번 묵상하며 본다는 게 정말 큰 은혜가 되고 있다. 그렇게 말씀을 통독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기도의 눈이 감기게 된다. 훈련 수료 이후 다시 찾은 말씀과 기도생활이 요즘 내겐 감사한 부분이다. 나처럼 훈련을 수료하고 침체된  수료생들이 있다면, 아직 늦지 않았으니 올해를 성경 통독으로 다시 시작했으면 한다.
비록 속독기의 도움을 받지만, 말씀은 그 안에서도 살아 역사하셔서 죽었던 심령을 다시 살리신다. 오래된 연인처럼, 은혜가 메마른 주님의 제자들에게 다시 주님의 사랑을 붙잡는 비결은 역시 혼자만의 공간에서 스스로 말씀을 대면하는 방법밖에 없다. 성경 일독표의 정해진 장절을 오늘 다 못 읽었다고 포기하지 말고,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묵상하자. 성경 1日 1讀으로 잊혀진 은혜를 되찾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