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우은진 편집장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는 직장인들의 마음에는 ‘아, 또 하루가 시작되는구나’ 하는 부담감이 있다. ‘오늘’이라는 하루를 보낸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내일’이라는 하루가 성큼 눈앞으로 다가와 있다. 세월이 참 빨리 지나간다. 혹자는 자기 나이만큼 시간이 가는 속도를 느낀다고 하는데, 벌써 2015년이 시작된 지 3개월이 지나고 바야흐로 봄의 한가운데 와 있다.
4월에 개최되는 CAL세미나가 어느덧 100기를 맞았다. 1986년 시작한 CAL세미나의 사진들을 정리하다 보니,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100기가 됐음을 느낀다. ‘이때 옥한흠 목사님은 꽤 젊으셨네’ 하고 날짜를 보면 별로 오래전도 아닌데 말이다. 1년에 세 번, 많게는 네 번 열리기도 했던 CAL세미나는 열리지 않던 해도 있었지만, 해가 바뀌면 섬기는 사람은 달라져도 또 어김없이 개최되곤 했다. 때론 그것이 당연했고, 때론 ‘또 시작됐구나’ 하는 긴장감으로 대면하기도 했다.
국제제자훈련원에 입사한 후 2004년 3월에 개최된 59기 CAL세미나에 처음으로 일주일간 숙식하며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참석했다. 고(故) 옥한흠 목사님의 ‘광인론’ 강의는 평신도가 들어도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당시 교계 기자 생활을 10년간 했지만 출입처가 대부분 여성, 문화단체였던 관계로, 복음주의권의 선두주자인 ‘옥한흠’이라는 이름 석자가 갖는 무게감을 잘 몰랐다. 그래서 59기 CAL세미나는 내게 <디사이플>을 만들기 위한 공부의 시간이면서도, 별천지 세계에 떨어진 느낌이었다. 나는 그 별천지에서 교회론과 제자도, 소그룹 강의를 들으며 점점 행복해졌다. 하루의 모든 강의가 끝나면 국제제자훈련원 교역자들과 평신도 스태프들이 평가회를 갖고 다음 날을 철저하게 준비하는 모습이나, 등록을 일사분란하게 받는 스태프들의 모습, 다과로 섬기는 집사님들의 모습, 안성수양관의 맛있는 삼시세끼 등 그 어느 것 하나 흠잡을 것 없는 최고의 세미나였다. 이런 최고 수준의 세미나는 국내에서도 찾기 힘들다는 게 CAL세미나를 다녀간 2만여 명의 수료생들이 느끼는 공통분모다.
최근 100기를 맞아 <디사이플> 4월호 대담에 참여한 CAL-NET 목회자들이나 CAL세미나에 1기부터 99기까지 한 번도 빠짐없이 참석한 강명옥 전도사, CAL세미나의 산증인 최홍준 목사는 CAL세미나가 100기까지 올 수 있었던 비결이 ‘본질’을 붙잡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본질은 사물이 갖고 있는 고유한 성질이다. 교회를 교회되게, 예배를 예배되게 하는 것은 목회 기술이나 성장 방법론이 아닌 목회 본질, 즉 말씀에 기초한 제자훈련 사역을 붙들 때만이 가능하다. 말씀으로 깨어난 제자들이 세상으로 나가 영향력을 발휘하고, 증인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기독교의 본질이다. 그러려면 제자훈련이라는 본질을 붙들어야 한다. 그럴 때 어떤 어려움도 이길 수 있도록 성령께서 붙드신다.
‘옥한흠’이라는 한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CAL세미나. 한 사람이 본질을 붙들고, 거친 땅을 다져 사람이 걸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오늘날 수만 명이 그 길을 편안하게 걷게 됐다. 그런데 그 길은 혼자 가야할 때가 많다. 그래서 외롭기도 하고, 열매를 빨리 보지 못하는 것 같아 답답하기도 하다. 그러나 그 길이 본질을 걷는 길이라면, 하나님께서 가장 기뻐하시는 길이다. 옥 목사님의 책 제목 『소명자는 낙심하지 않는다』처럼 본질을 걷는 길이 힘들지라도 낙심하지 말고, 계속 그 길을 걸어가자. CAL세미나 역시 그런 소명자들이 본질을 계속 붙들 때 100기를 넘어 200기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