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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칼럼 오정현 원장_ 국제제자훈련원
오래전에 고(故) 옥한흠 목사님이 『예수 믿는 가정 무엇이 다른가』라는 책을 쓴 적이 있다. 목사님은 이 책에서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믿지 않는 가정과 별로 차이를 보이지 못하는 그리스도인 가정들의 현실을 지적하셨다.
당시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마음을 붙잡았던 것은 그렇다면 “목회자의 가정은 무엇이 다른가?”라는 생각이었다. 과연 목회자의 가정은 일반 신자의 가정과 확연히 구별될 정도로 크게 다르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을까! 누군가 목회자의 가정의 커튼을 열고 들여다보면서, “당신은 아내에게, 자녀에게 존경받는 목회자인가?”라고 묻는다면 여기에 대해서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목회자는 또 얼마나 될까!
나 역시 이런 질문 앞에서는 두려울 수 밖에 없다. 목사가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가족으로부터 “당신은 강단에서 전하는 대로 살고 있지 않다”, “당신에게는 예수님의 향기가 없다”라는 말을 듣는다면, 설사 그렇게 말은 하지 않아도 그들의 태도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면, 그 목회자에게 더 이상 생명력 있는 사역은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더 두려운 것은 목사로서 말씀대로 사는 본을 보이는 것만이 올바른 목회자 가정을 만드는 길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사무엘 선지자는 하나님의 종으로서 흠도 티도 없이 살았지만, 그의 자녀는 아버지의 행위를 따르지 않았다. 성경을 읽다 이 본문을 마주하면 마음이 크게 무거워진다. 사람의 일이라 두 아들 중 한 아들은 잘못된 길을 갔지만, 다른 아들은 아버지의 길을 따라 살았다는 글이 뒤따랐다면 이렇게까지 마음이 무겁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성경의 저자가 신앙의 길에서 벗어난 두 자녀의 모습을 기록한 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믿음의 가정의 성패는 부모 세대의 바른 신앙을 자녀들에게 누수 없이 전수하는 데 있다. 그런데 말씀을 잘 가르치고, 말씀의 본을 잘 보이는 것이 신앙 전수의 필요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면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까?
신앙인의 가정에는 ‘하나님의 은혜’가 있어야 한다. 이 은혜는 십자가의 은혜다. 은혜를 믿는 것과 은혜를 누리고 사는 것은 전혀 다르다. 말씀을 가르치는 것이 좀 부족해도, 모든 면에서 믿음의 본을 보이지는 못한다고 해도, 가장이 십자가의 은혜로 살고, 그 은혜를 누리고 사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 가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믿음으로 세워질 것이다.
목회자는 이 은혜의 하루살이 의식을 놓쳐서는 안 된다. 은혜 위에 있지 않고는 하루도 살 수 없다는 은혜의 채무자 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목회자 가정이 사는 길이다. 또한 십자가의 은혜를 누리는 삶, 어쩌면 이것은 말씀을 가르치고, 실천하는 제자훈련이 한 층 더 올라서야 할 목표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