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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칼럼 오정현 원장_ 국제제자훈련원
한국 교회에서 기도의 기근은 이미 현실이 됐다. 한 세대 전만 해도 밤마다 산에 메아리치던 기도 소리는 사라진 지 오래다. 왜 갈수록 목회자는 목회자대로, 성도는 성도대로 기도의 기근에 시달리는 것일까? 여기에는 몸서리칠 만큼 무섭고 치밀한 사탄의 전략이 웅크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탄의 전략은 상당히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기도를 방해하는 사탄의 가장 큰 전략은 사람들을 자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밤을 잊어버렸다. 아니 빼앗겼다고 하는 것이 옳다. 수많은 사람들이 올빼미 족이 돼 버렸다. 특히 TV는 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부터 사람들의 마음을 훔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짜 내느라 혈안이 돼 있다. 젊은이들의 밤을 잊게 만드는 것은 TV뿐 아니라 쌍방향적인 소셜미디어, 무소불위처럼 보이는 인터넷의 영향도 크다. 교회는 젊은이들을 새벽까지 잠들지 못하게 미혹하는 콘텐츠들의 밑바닥에서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영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 교회는 젊은이들의 수가 눈에 띄게 줄고 있음을 걱정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염려거리가 있다. 기도의 세대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새벽에 기도하는 자리를 둘러보면 젊은이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본래 한국 교회의 심장은 말씀 사경회와 부르짖는 기도로 고동쳤다. 과거 열흘에서 두 주간에 걸쳐 집중적으로 말씀을 배웠던 말씀 사경회와 새벽마다 예배당 마룻바닥에서 무릎으로 기도했던 새벽기도회에는 젊은이들이 많았다.
새벽기도회에 젊은이들이 사라지고 있는 원인은 노령화라는 사회 구조적인 이유도 있지만, 젊은이들이 세상 즐거움으로 밤을 잊어버린 현실이 더 큰 원인이다. 특히 젊은이들의 부르짖는 기도가 약화되고, 묵상의 깊이와 호흡도 짧아지고 있는 현실은 교회에도 성도 개인에게도 심각한 경고등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문제 앞에서 교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기도회를 열어 참석하도록 독려하는 것은 실제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아마도 어떤 젊은이들에게는 일주일에 한 번 참석하는 주일예배가 기도를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일 것이다. 어떻게 하면 주일예배가 기도를 경험하는 시간이 될 수 있을까? 이를 위해 함께 고민하고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음식의 맛은 먹어 본 자만이 알 수 있다. 기도를 경험한 사람만이 기도 속으로 깊이 들어갈 수 있다. 젊은이들이 주일예배를 통해 조금이라도 기도를 깊이 경험한다면, 그들의 주중 생활 속에 기도가 전이(轉移)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일상에서의 깊은 기도, 이것이야말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원하셨던 모습이 아닐까? 밤을 잊어버리고, 기도를 잊어버린 젊은이들을 결사적으로 기도의 길로 인도하는 것은 오늘날 제자훈련을 목회 철학으로 삼는 사역자들의 책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