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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칼럼 오정현 원장_ 국제제자훈련원
지금까지 목회를 하면서 적지 않은 시행착오와 변화를 경험했다. 이는 대개 열정과 경험의 불균형에서 비롯된다. 열정이 경험을 앞서면 자칫 좁은 시야에 갇히는 우를 범할 수 있고, 경험이 열정을 앞서면 안전주의의 함정에 빠져 비상(飛上)의 시기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사역을 위기에 빠뜨리는 주요한 요인으로 관성(慣性)을 들 수 있다.
관성은 역설적이게도 성공했던 경험으로 인해 생기곤 한다. 온갖 장애물을 뚫고 성공했기 때문에 안전하게 그것을 지속하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것이 습관이나 타성에 젖기 시작하면 관성이 되고, 사역의 가장 큰 장애물이 된다. 관성에 의해 사역하면 올무에 걸리기 십상이다.
제자훈련에서 관성의 위험, 관성으로 인한 위기는 없는가? 여기에 대한 자각이 제자훈련 2.0의 시작이다. 어떤 면에서 지난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제자훈련은 황무지를 개간하듯 박혀 있던 돌부리를 걷어 내고 갖은 애를 쓰면서 씨를 뿌리고 체질화하는 과정을 거쳤다. 한 사람을 가르치며 훈련하고 순장으로 세우는 일에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자, 여기에 안주해 제자훈련이 관성화되지는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올해 제자훈련 2.0을 전면적으로 실시하면서 제자훈련생은 해외 단기선교, 사역훈련생은 국내 단기선교를 이수하도록 개편했다. 목적은 교회 내에서만 이뤄진 제자훈련을 삶의 현장으로 이식하는 데 있다. 해외 단기선교를 다녀온 훈련생들 중 어떤 이는 ‘해외에까지 가서 훈련을 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선교 현지를 방문해 섬기면서 ‘이것이야말로 거룩한 낭비’라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고백했다(마 26:6~13). 국내 단기선교를 떠난 사역훈련생들은 지역 교회와 함께 노방전도, 가가호호 방문전도를 하고 마을 잔치를 열었다. 이를 통해 지역 교회는 위축된 전도 상황을 반전시키는 물꼬를 열었고, 사역훈련생들은 배운 말씀을 들고 나가 현장에서 실제로 복음을 전하는 경험을 했다. 단기선교는 ‘은혜의 종합선물세트’라는 어떤 훈련생의 고백을 다시 생각해 본다.
과거의 성공에서 오는 관성의 중력을 뿌리치고, 안주하려는 무릎을 쳐서 기어이 교회 밖 현장으로 나가는 제자훈련의 밑바닥에는 이웃의 고통을 품고 섬김과 희생과 중보의 짐을 기꺼이 안으려는 제사장의 뜨거운 심장이 뛰고 있다. 이런 뜨거움을 가질 때 머리와 가슴, 열정과 경험의 균형을 이룰 수 있고, 건강한 제자훈련의 천수(天壽)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