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ICK
발행인칼럼 오정현 원장_ 국제제자훈련원
거룩한 소명으로, 영혼의 설렘으로 시작한 제자훈련이 자칫 훈련 도중, 혹은 수료 이후에 훈련생들의 신앙 성장을 가로막는 요소로 전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자훈련은 신앙 성장으로 가는 정도(正道)지만, 종종 신앙 인격 성숙에 장애물로 변질될 수 있다. 어떻게 해야 제자훈련이 후유증이나 변질 없이 예수님을 닮아 가는 진정한 제자도를 실현할 수 있을까?
제자훈련의 연수가 깊어짐에 따라 제자훈련으로 인한 좋은 성과들도 많지만, 때로 여러 문제가 적지 않게 발생하는 것을 보면서 한국 교회 안에 잘못된 프레임이 생겨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마치 제자훈련 자체가 문제인 것처럼 바라보는 시선이다. 이런 프레임을 외면하거나 방치하면 왜곡된 편견이 고착화되는 함정에 빠져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는 고통에 시달릴 수 있다.
이에 대해 달라스 윌라드의 말을 다시 떠올려 본다. 그는 『잊혀진 제자도』의 서문에서 통찰 있는 생각을 제시한다. 그는 차를 새로 사서 운전을 하는데, 뭔가 문제가 발생했다면 차가 불량일 수도 있지만, 만일 연료를 넣어야 함에도 조금씩 물을 타서 운전하다가 차가 자주 서는 일이 발생했다면 그것은 결코 자동차 자체의 문제가 아님을 지적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제자훈련이라는 차가 달리다가 궤도에서 이탈하거나 서는 일이 생기면, 제자훈련 자체를 지적하기 전에 혹시 제자훈련의 본질에 물을 타는 일은 없었는지를 살펴야 한다.
그렇다면 제자훈련에 물을 타지 않고 처음의 열정과 본질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 제자훈련을 시작할 때, 훈련생이나 훈련 양육자 모두가 처음부터 확고하게 붙잡아야 하는 것은 ‘제자훈련은 생명훈련이요, 제자는 생명을 얻는 것이 본업’이라는 생명 의식이다.
그러면 지금의 제자훈련이, 그리고 제자훈련생이나 수료생이 생명을 구하는 정상 궤도를 달리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것은 생명나무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 중에 내가 무엇을 선택하는지 보면 알 수 있다. 이것은 아담만 직면한 문제가 아니다.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는 선악 지식의 나무라고 표현돼 있는데, 제자훈련을 하면서 다른 사람의 생명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옳고 그름에 대한 시비와 비판에 관심이 가기 시작한다면 선악 지식을 선택하는 초기 증상임을 알고 자신과 훈련을 점검해야 한다.
제자훈련은 생명나무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 사이에서 생명나무를 선택하는 훈련이다. 이것이 진정 제자훈련을 위한 최고의 준비며, 제사장적 책임으로 사는 길이다. 제자훈련이 생명나무를 선택할 때에, 우리는 훈련의 도중이나 이후에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 -자기 의, 완장 의식, 사이비 성취감 등-을 방지하고 해독할 수 있게 된다.
아무쪼록 전국의 모든 CAL-NET(제자훈련 목회자 네트워크)을 비롯한 주님의 몸 된 교회마다 생명나무를 선택함으로 새해에도 창세기 1장 31절 말씀처럼 “하나님 보시기에 심히 좋은 교회, 사역”으로 가득하기를 소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