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스토리

2024년 05월

온 가족이 예수님을 믿기까지!

기획스토리 우은진 편집장

어느 집안에나 믿음의 1세대가 있다. 좋게 말해 믿음의 1세대이지, 속을 까놓고 보면 이중 가면을 쓴 것처럼 불편하고 외로운 신앙생활을 하는 이들이다. 기독교와 교회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이 저변에 깔린 가정 안에서 혼자 그리스도인이 돼 신앙생활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부모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초중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인 다음 세대에게는 더 힘든 일이다.


신앙생활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예배와 헌금, 봉사 활동과 소그룹에 참여하는 것 외에 하나님께 삶의 문제를 놓고 기도하며, 성경 말씀을 자신의 삶에 비춰 씨름하는 가치관의 변화를 뜻한다. 이런 신앙생활을 가족 중 혼자만 하게 된다면, 쉽게 성경책을 집 안에 꺼내 놓거나 짧게 식사기도를 하는 것은 물론 제사 등 집안의 대소사 문제에 자주 부딪히게 된다. 가정뿐만 아니라, 친구 관계나 직장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그리스도인임을 드러내는 것은 불신자들의 핍박과 야유를 각오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우리 가족은 아버지 쪽 8남매 통틀어 그리스도인이라 불릴 만한 사람이 없는 불신 집안이었다. 나는 대학교를 졸업한 24세 때 한 교계 신문사에 취직하면서 처음으로 교회 마당을 밟았다. 이후 꽤 오랫동안 홀 신앙인으로 살았다. 그러다 믿음의 배우자와 시댁을 만나 마침내 홀 신앙인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여전히 친정 식구들은 불신 가족으로 남아 있었다. 나는 믿음의 배우자를 만나면, 남편이 내 친정 식구들을 전도해 주길 기대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네 친정 식구들은 네가 전도하라”고 명하셨다.


어느 날 친정 식구들을 전도할 수밖에 없는 긴급한 일이 벌어졌다. 여동생이 배우자와의 오랜 불화로 심령이 갈기갈기 찢겨져 있었고, 나는 그런 여동생을 구해야만 했다. 그래서 여동생에게 <사영리>로 복음을 전하고, 주일예배를 같이 드렸다. 이후 오빠와 친정 엄마에게 복음을 전했다. 그리고 엄마에게는 “이제 제사는 그만 지내고, 예배드리자”라고 단호하게 권면했다. 신기하게도 엄마가 나의 제안에 동의했다. 오랜 시간 곤고한 삶을 살아온 엄마가 의지한 것은 주술과 점, 제사였는데, 그것을 끝내기로 결단하신 것이다.


나는 2018년 9월 추석을 잊지 못한다. ‘내 인생의 하루’를 꼽으라면, 그것은 뒤늦게 결혼한 날도, 첫아들을 낳던 날도 아닌, 바로 친정 식구들과 함께 첫 예배를 드린 날이다. 친정 식구들과 제사상 대신 ‘추석 가정예배지’로 거실에 둥그렇게 둘러앉아 처음으로 예배를 드리는 자리에는 아직 믿지 않는 고등학생, 대학생 조카들도 있었다. 교회에서 늘 하던 소그룹이, 한 불신 가정의 거실 안에서 실제로 벌어진 것이다.


온 가족이 한 해 감사한 것과 소원을 나눴고, 명절날 모이면 늘 핸드폰만 들여다보던 조카들도 입을 열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나는 성령님께서 그날 어둡던 친정집 거실에 빛으로 임하신 것을 느끼고 속울음을 삼키며 예배를 인도했고, 기도하다가 여동생이, 성경을 읽다가 새언니가, 손주들에게 덕담하다가 엄마가 눈물을 흘리셨다. 집안의 믿음의 1세대, 홀 신앙인이던 내가 비로소 가족과 복음으로 하나 된 순간이었다.


바울을 통해 복음을 처음으로 접한 로마 감옥의 간수,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짊어지고 믿음의 명문 가문이 된 구레네 시몬, 다른 사람의 시선을 꺼려 밤에 몰래 예수님을 찾아왔던 산헤드린공회원이었던 니고데모, 예수님이 보고파 뽕나무에 올라간 삭개오, 남편이 5명이나 돼 아무도 다니지 않는 시간에 물을 뜨러 온 사마리아 여인 등은 모두 믿음의 1세대가 된 그리스도인들이다. 이에 <디사이플> 5월호에서는 “홀 신앙인 가정, 절박함과 사명감으로 불신 가족을 전도케 하라!”는 기획 주제를 통해 홀 신앙인들이 구원의 확신을 갖고 불신 가족을 전도하는 사명감으로 무장하는 한편, 홀로 신앙생활 하는 이들의 남모르는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 홀로 신앙생활 하는 다음 세대에 대한 교회 차원의 대처법, 복음의 첫 세대가 돼 가족을 전도해 신앙의 세대 계승을 이루는 복된 가정이 되기까지의 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르되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받으리라”(행 1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