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스토리

2024년 07월

방학을 낭비하지 마세요!

기획스토리 우은진 편집장

초등학교 시절에는 방학만 되면 학교 선생님이 주시는 단골 교재가 하나 있었다. 일명 <방학 탐구생활>이었다. 학생들이 방학을 허투루 보내지 말라고 학교에서 정해 준 자연 관찰, 과학과 사회 상식 등이 담긴 최소한의 공부 과제가 종합 세트처럼 담긴 교재였다.


여기에 방학 동안 매일 써야 하는 <방학 일기>도 추가된다. <방학 일기>에는 날씨도 적게 돼 있었는데, 개학 며칠 전에 몰아 쓰는 경우 그날 날씨가 맑았는지 비가 내렸는지 헷갈려 기상청에 물어보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7월이면 제자훈련 하는 교회 역시 대부분 방학을 맞이한다. 연초 엄청난 훈련 과제물에 대한 두려움과 예수님의 참된 제자가 되기 위해 훈련받는다는 기대감 사이를 오가며 시작했던 제자훈련도 잠시 멈춤의 시간을 갖게 된다. 매주 제출해야 하는 설교 요약과 D형 큐티, 성구 암송, 독후감, 기도 숙제 등으로, 가족 여행은 물론 세상 친구와의 만남이나 취미 생활도 미뤄 뒀는데, 드디어 한숨 돌릴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존 파이퍼 목사는 《암을 낭비하지 마세요》라는 저서에서 처음 암에 걸렸을 때 사망 선고를 받은 느낌이었지만, 곧 자기 자신을 의지하려는 마음을 완전히 꺾고 죽은 자를 살리시는 하나님만 의지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암 투병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암 투병 기간에 죽음과 하나님에 대한 묵상, 서로 사랑하지 못함, 소망 없는 사람처럼 슬퍼함, 죄에 대한 무감각, 예수님의 영광을 증거하지 못했음을 회개하고, 암을 통해 이런 깨달음을 주시고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깊은 영적 묵상과 교제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하심에 감사했다고 고백한다.


제자훈련 여름방학도 재충전의 시간이 되든, 섬김의 활동을 하든, 선교를 떠나든, 책을 읽든지, 기도원에 가거나 자유 시간을 갖든지 하나님과 대면하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시간이 돼야 한다. 방학 때 훈련생들에게 초등학교 때처럼 《제자훈련 탐구생활》이라는 집약된 교재가 나오진 않지만, 제자훈련생과 사역훈련생에게도 나름 열두 광주리를 비롯해 제출해야 할 여름방학 과제물이 적지 않게 있다. 또 최근에는 제자훈련 하는 교회마다 여름방학 기간을 이용해 단기선교를 떠나는 교회도 많아서, 훈련생들이 방학을 온전히 즐기고 쉴 수만은 없기도 하다.


그럼에도 그동안 훈련을 받느라 소홀했던 가족과 여행을 떠나가거나, 각자만의 영적 재충전을 위한 다양한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마냥 쉴 수도, 그렇다고 훈련 때만큼 빽빽하게 스케줄을 고집할 필요도 없다.


그러면 방학이 주는 쉼과 재충전, 그리고 훈련의 리듬, 양쪽 모두 다 챙기기 위한 슬기롭고 성령 충만한 방학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을까?


이에 <디사이플> 7/8월호에서는 “슬기롭고 성령 충만한 제자훈련 여름방학 보내기!”라는 기획 주제를 통해 인도자와 훈련생 모두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쉬는 법, 훈련 동기생들과 함께하는 여러 모임을 통해 영적 친밀감 다지기, 가족들과의 여행과 모임 마련하기, 단기선교를 통해 예수님의 제자로서 더욱 낮아지는 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가로 인도하시는도다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도다”(시 2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