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스토리 우은진 편집장
중학교 2학년이었던 1985년 여름, 학교 단체 관람으로 영화 <킬링필드>를 봤다. 무더위로 열기가 가득했던 극장에서 본 전쟁 속 캄보디아의 모습을 그린 <킬링필드>는 꽤 인상 깊었다. 그런데 그다음 해에 같은 감독이 만든 영화 <미션>(1986년)이 개봉됐다. 18세기 남미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한 <미션>은 아직까지 네 가지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첫 번째는 영화 초반부에 나오는 줄리안 신부가 원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하려다 나무 십자가에 묶인채 웅장한 폭포 아래로 떨어져 죽는 장면이다.
두 번째는 예수회 소속 가브리엘 신부가 높고 위험한 이과수폭포를 기어 올라가 과라니족 마을에 도착해 그 유명한 엔니오 모리꼬네가 작곡한 “가브리엘의 오보에”를 연주하는 장면이다. 이 연주에 원주민들이 하나둘씩 모여들며, 앞서 신부를 죽였던 그들의 강퍅한 마음의 벽을 허물고 참된 구원을 받는다.
세 번째는 원주민 사냥꾼 멘도사가 동생을 살해하고 참회의 의미로 자신의 갑옷과 투구를 어깨에 메고, 원주민 마을을 향해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는 장면이다. 그는 마침내 자신이 사냥하던 원주민들을 만난다. 하지만 이미 하나님의 사랑을 알게 된 원주민들은 자기 형제들을 죽인 멘도사를 용서하고, 그의 죄를 상징하던 갑옷과 투구를 묶은 밧줄을 끊어 내 그를 죄로부터 자유하게 한다.
이처럼 이 영화는 폭포 아래로 떨어져 죽는 한 신부의 죽음과, 죽음을 각오하고 복음을 전하기 위해 폭포 위로 오르는 한 신부의 믿음, 그리고 자신의 죄 짐을 메고 올라가는 한 남자의 모습을 통해 구원을 이야기한다. 생명을 담보로 한 자기희생만큼 강한 복음은 없기 때문이다. 이 죽음과 희생은 복음을 받는 자뿐만 아니라, 복음을 전하는 자의 삶까지 변화시킨다. 결국 포르투갈 군대에 의해 원주민도 신부들도 모두 죽는다.
영화의 끝에는 두 개의 명문장이 나온다. “그리하여 사제들은 죽고, 저만 살아남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죽은 건 저이고, 산 자는 그들입니다. 그것은 언제나 그렇듯, 죽은 자의 정신은 산자의 기억 속에 남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요한복음 1장 5절의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다. 그러나 어둠이 빛을 이겨 본 적이 없다”(공동번역)라는 말씀으로 끝맺는다.
영화 <미션>이 하나의 프레임이 된 것일까? 흔히 선교와 선교사 하면 아프리카나 남미의 정글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헌신과 희생을 떠올리며 미리 겁먹었던 것 같다. 아마도 아프리카나 남미의 열악한 환경은 복음을 받아들이기 힘든 인간의 강퍅한 마음과 죄성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기 위함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디지털 강국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의 마음이 과라니족보다 더 강퍅할 수 있다. 이제 한국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복음을 위해 순교한 죽은 자의 정신과 믿음을 이어받아 삶의 변화를 줘야 할 때다. 내가 전한 복음은 오늘도 어둠 속에서 죽어 가는 한 영혼을 빛으로 인도해 되살리기 때문이다.
이에 <디사이플> 7·8월호에서는 “다시 선교의 깃발을 들고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기획 주제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가장 뜨거운 선교의 장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올여름 한국 교회의 선교 방향성을 모색하고, 캄보디아 선교지에서의 제자훈련, 로고스 호프라는 배를 통한 특수 선교 방법, 느리지만 미얀마인을 말씀으로 세워 현지인을 통한 선교 방향으로 변화된 선교지의 소식들을 담아 봤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자기의 생명을 사랑하는 자는 잃어버릴 것이요 이 세상에서 자기의 생명을 미워하는 자는 영생하도록 보전하리라”(요 12:2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