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스토리

2018년 07월

일상에서 은혜의 돌을 굴려라

기획스토리 우은진 편집장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시포스(Sisyphos)는 지혜가 뛰어나며, 약삭빠르고 영리했다. 꾀가 많았던 시시포스는 병들어 죽게 됐는데, 죽으면서 아내에게 자신의 장례식을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죽고 난 후 신에게, 하루만 자신을 지상 세계로 보내 주면 장례식도 올려 주지 않은 고약한 아내를 벌주고 다시 오겠다고 부탁했다. 그러나 신의 허락을 받은 시시포스는 지상에서 눌러앉았다. 다시 수명이 다해 죽은 그에게 신은 자신을 속인 대가로 벌을 내렸다. 그가 다시는 꾀를 부려 지상 세계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바위를 계속 언덕에 굴려 올리도록 했다. 바위는 언덕 위에 거의 오르면 다시 언덕 아래로 굴러떨어진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다시 올려야 한다. 이것은 영원히 계속되는 형벌이었다.


우리의 삶은 때로 끝없는 형벌같이 느껴진다. 매일 아침 눈뜨면 항상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고, 어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오늘과 내일을 살아갈 때, 영적 무기력함과 매너리즘을 느끼게 된다. 때로는 변화와 성공을 위해 몸부림치며 시시포스처럼 돌을 밀어 올려 보지만 곧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고 만다.


신앙생활도 오르내림을 반복한다. 때로는 변하지 않는 힘든 환경, 반대로 너무 안정적인 삶이 우리를 영적 무감각과 나태함, 매너리즘에 빠지게 한다. 그러나 믿음은 오르막길이어야 한다. 도중에 멈추면 그 자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받았던 온갖 훈련과 봉사, 지혜, 영적 상태가 출발 지점으로 미끄러져 내려간다. 기도를 드려도 눈물이 나지 않고, 말씀을 들어도 마음에 울림이 없으며, 주어진 하루와 일과에 감사와 의미 없이 시시포스처럼 돌만 굴리는 무감각의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죄성을 지닌 인간이기에 영성이 항상 최고조에 머물 수는 없다. 때론 중간에서 ‘이만하면 됐다’ 하고 머물기도 하고, 때론 곤두박질치며 밑으로 내려가기도 한다. 그래도 끊임없이 우리는 시시포스처럼 일상에서 기도의 돌, 말씀의 돌, 성령의 돌, 은혜의 돌을 계속 밀어 올려야 한다. 이렇게 내려가고 올라가기를 반복하다 보면 끝내는 예수님의 삶의 자락을 조금씩이라도 닮아 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에 <디사이플> 7/8월호에서는 ‘영적 익숙함과 무감각을 떨쳐 버리라’는 기획 주제로 훈련과 설교 사역, 예수의 제자로 살아가고자 하는 신앙생활에 찾아오는 영적 무감각과 매너리즘이라는 불청객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고자 한다.


“만일 우리가 성령으로 살면 또한 성령으로 행할지니”(갈 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