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스토리

2018년 11월

그림자 사역에서 벗어나 사역자로 빛을 발하다

기획스토리 우은진 편집장

대필 작가를 영어로 ‘고스트라이터’(Ghostwriter)라고 부른다. 책 저자명에 이름을 올리는 사람 대신 원고를 써 주고, 자신은 유령처럼 자취를 감추기 때문이다. 세상 권력의 최고층인 대통령의 연설문을 쓰는 연설 비서관도 어찌 보면 ‘고스트라이터’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쓴 연설문은 대통령과 충분한 의견 교환 가운데 나오는 결과물이지만, 어찌 됐든 연설문 작성을 위한 자료 조사와 원고의 최종본을 내놓기까지 산고의 진통을 겪는 이는 연설 비서관이기 때문이다.


교회 사역에 있어서도 이와 같은 역할을 하는 이가 있다. 바로 목회자의 아내, 사모가 고스트라이터와 같다. 결혼과 함께 뜻하지 않게 사모가 된 이들은 목회자인 남편의 사역이 자신의 삶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사모의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한다. 특히 한국 교회에서 사모는 오랫동안 교회와 성도들 앞에 드러나면 안 되는 위치였다.


목회 현장의 최전선에서 중보기도하고, 수많은 아이디어와 성도들의 고통을 남편인 목회자에게 전하고 조언하는 비서관 역할을 하지만, 보일 듯 보이지 않게 움직여야 하는 자리가 사모다. 그래서 구설에 오르지 않는 사모가 사모 역할을 가장 잘하는 것으로 인정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제자훈련 모델 교회에서는 기존의 굳어진 상식을 허무는 예가 많다. 단순히 반주나 성가대 지휘를 하는 사모가 아닌, 직접 제자훈련을 인도하는 사모부터, 양육 과정을 전담해 가르치는 사모, 어린이와 청소년 독서 모임을 맡아 학부모 교육까지 진행하는 사모, 노인대학 학장을 맡은 사모, 기독교 초·중·고등학교 기관장을 맡은 사모, 상담을 통해 성도들의 아픔에 귀 기울이는 사모 등 하나님께서 주신 은사와 비전에 따라 사역하는 사모로서 교회 사역의 한 부분을 너끈히 감당하고 있다.


한국 교회 70%가 여성 성도인 점을 감안하면, 이같이 사역하는 사모들의 역할은 같은 여성 성도들에게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며느리로서 애환을 공유하는 동질감과 편안함을 주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또한 사모의 사역은 ‘남자냐, 여자냐’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같은 신앙 여정을 걷는 믿음의 선배로서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장이 되기도 한다.


이에 <디사이플> 11월호에서는 ‘그림자 사역에서 벗어나 사역자로서 당당히 선 사모들’이라는 기획주제를 통해 하나님께서 주신 은사와 비전에 따라 그림자 사역에서 탈피해 당당히 한 사람의 사역자로서 교회 현장에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모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하나님의 은사와 부르심에는 후회하심이 없느니라”(롬 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