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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스토리 우은진 편집장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원작자이자 덴마크 작가 이자크 디네센의 대표작 『바베트의 만찬』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의 주인공 바베트는 프랑스 최고의 요리사였지만, 프랑스혁명의 여파로 신분을 숨기고 노르웨이 시골 마을 어느 노 자매의 집에서 오랫동안 가정부로 일하게 된다. 어느 날 복권이 당첨된 바베트는 마을 사람들을 위한 특별한 만찬을 준비한다. 노 자매는 복권 당첨으로 바베트가 떠날 줄 알았지만, 정작 바베트는 당첨금으로 최고의 만찬을 준비해 얼어붙고 냉소적인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사랑으로 녹이며 변화시킨다. 바베트는 자신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복권 당첨금을 자신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사랑 없고 자기만을 위해 사는 메마른 마을 사람들을 위해 모두 내놓았다. 마을 사람들은 그의 만찬을 공짜로 받았지만, 바베트는 전 소유물을 내준 것이었다.
하나님의 은혜도 이와 같다. 받을 자격이 없는 우리에게 하나님께서 거저 주신 것이 ‘은혜’다. 은혜는 내가 노력해서 얻는 성취물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거저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그냥 받아들이는 것조차 힘들어한다. 또 받은 은혜의 감격을 자주 잊곤 한다. 그러나 만약 훈련받은 그리스도의 제자들이 향수처럼 은혜를 퍼뜨리는 사람이 된다면, 그가 가는 곳마다 은혜의 향기가 넘치고 따뜻해질 것이다. 은혜를 전하는 자가 되려면 먼저 은혜를 받아야 한다.
C. S. 루이스는 “하나님께서는 손이 비어 있는 자에게 주신다. 손에 짐을 가득 든 사람은 선물을 받을 수 없다”라며 은혜를 받으려면 회개의 통로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내 마음의 짐, 욕심, 성공, 재물욕, 돋보이고 싶은 욕망 등을 내려놓고, 작아지며 불편함을 감수하는 ‘나를 죽이는 훈련’이 부단히 제자의 삶에 있어야 은혜가 머물게 된다.
<디사이플> 9월호에서는 ‘은혜를 구하는 사역자, 은혜를 전하는 제자’를 통해 왜 은혜를 추구하는 삶이 그리스도인의 최종 목적이 돼야 하는지, 사역자는 제자훈련에서 왜 은혜를 강조해야 하는지, 훈련 이후 어떻게 은혜를 전하는 제자의 삶을 살 수 있을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