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ICK
기획스토리 우은진 편집장
또 한 해를 달려왔다. 일 년은 누구에게는 숨 가쁜 하루하루였을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너무 느리게 가는 하루하루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수선한 연말이 되면 잘 보냈든, 잘못 보냈든 누구나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아쉬움이 남는다는 말에는 이미 보낸 날들을 돌아보고 성찰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성찰’(省察)의 사전적 의미는 ‘회개하기 전에 먼저 성령의 도움을 구하고, 자기 양심을 살피어 범죄한 것들을 생각해 내는 일’이다. 왜 연말이 되면 자신의 잘못을 되돌아보게 될까? 아마도 지난 시간은 다시 되돌리기를 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내 힘으로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후회도, 성찰도 하지 않을 것이다.
누구나 한 해를 시작할 때는 눈에 보이는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달려간다. 자기 계발, 돈 벌기, 집 장만, 승진, 매출 증대, 교회 부흥, 교회 건축, 전도 등 개인의 삶과 교회 사역을 놓고, 한 해 동안 도달해야 할 목표 수치를 정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게 된다. 이런 계획들은 눈에 보이는 목표물이라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상심 또한 크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성찰을 통해 후회하는 부분은 눈에 보이는 목표와 계획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들에 소홀해 생긴 문제들이다. 가족을 더 사랑하지 못한 일, 교인들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나누지 못한 일, 주변 사람들에게 베풀지 못한 일, 한 영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제자훈련 하지 않고 의무감으로 인도한 일, 더 기도하지 않은 일, 더 말씀 묵상을 하지 않은 일 등 후회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소중한 일인 경우가 더 많다.
눈에 보이지 않는 중요 가치들을 소홀히 했을 때 왠지 인생의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살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이런 생각은 내 힘으로는 안되고, 성령께서 일깨워 주시며, 회개의 과정을 통해 자신의 죄를 되돌아볼 때만 가능하다.
그리스도인의 삶과 교회 사역에도 이런 성취의 덫이 있다. 옳은 것 같지만 진정으로 중요하지는 않은 일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 중요한 가치를 잃게 돼 나중에 후회의 눈물을 흘릴 때 말이다. 그러나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다시 원상태로의 복귀는 불가능하지만 회복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회복은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가장 큰 은혜의 선물이기 때문이다. 새 포도주를 새 부대에 담는다는 말은 많은 희망을 안겨 준다. 그러나 새 포도주를 담기 위해 반드시 전제돼야 할 것은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그래야 소중한 것을 놓치는 실수를 줄일 수 있다. <디사이플> 12월호에서는 ‘나를 돌아본 후 방향을 재설정하자!’라는 기획주제로, 지난 한 해 사역과 삶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기반성을 함으로써 회복해야 할 일들과 마무리를 잘해 다시 시작해야 할 문제들을 현장 사역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들어 봤다.
“만일 우리가 죄가 없다고 말하면 스스로 속이고 또 진리가 우리 속에 있지 아니할 것이요 만일 우리가 우리 죄를 자백하면 그는 미쁘시고 의로우사 우리 죄를 사하시며 우리를 모든 불의에서 깨끗하게 하실 것이요”(요일 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