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스토리 우은진 편집장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으며 죽일 때가 있고 치료할 때가 있으며 헐 때가 있고 세울 때가 있으며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춤출 때가 있으며... 하나님이 인생들에게 노고를 주사 애쓰게 하신 것을 내가 보았노라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 또 사람들에게는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느니라 그러나 하나님이 하시는 일의 시종을 사람으로 측량할 수 없게 하셨도다”(전도서 3:1~11).
세상 모든 것을 누려본 솔로몬은 전도서에서 범사에는 기한이 있고, 천하만사가 다 때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다고 결론짓는다. 바야흐로 100세 시대다. 노인 인구가 급증하고 있고, 은퇴 후 15~30년까지 긴 인생의 후반전을 맞았다.
이것은 목회자라고 예외가 아니다. 일반인들과 달리, 목회자의 경우 몇몇 대형 교회 목회자들을 제외하고는 노후 준비가 전혀 안 된 채 은퇴를 맞는 목회자들이 많다.
러시아 소설가 솔제니친의 우화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인간은 태어나서 처음 25년 동안은 인간다운 운명의 삶을 살고, 25년은 말처럼 일하며 살고, 25년은 마음은 있으나 몸이 안 따라가니 개처럼 짖으며 살고, 나머지 25년은 원숭이처럼 누군가의 구경거리가 되는 삶을 산다.” 인생의 후반전으로 갈수록 육체의 노쇠로 인해 할 수 있는 일들이 적어진다는 의미다. 어떤 인생이나 65~70세까지 살았다면 그 안에는 온갖 고단한 삶이 내포돼 있다. 특히 목회자라는 직업은 하나님으로부터 소명받은 직분으로, 대부분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이 다른 직업보다 더 많다.
EBS의 ‘건축 탐구 집’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젊을 때 열심히 산 부부들이 은퇴 후 전원에서 인생 후반부를 보내기 위해 마지막 집을 짓는 것을 보게 된다. 간소하게 두 부부가 살 집을 짓거나 고택을 구입해 리모델링하거나 직접 짓기도 한다. 또 텃밭을 가꾸며 결혼 후 소홀했던 부부 중심의 삶을 비로소 갖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목회자들이 은퇴 후 그리는 삶도 이와 다를 바 없을 것 같다. 그동안 사역으로 인해 소홀했던 부부관계를 다시 정립하고, 은퇴 후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사역의 리모델링을 하며, 여유로움 속에 하나님께서 주시는 노후 삶에 대한 묵상이 깊어진다면 말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재정 문제를 제외하고, 행복한 노후의 삶을 위해서는 두 가지가 전제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첫째, 노후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우정과 사랑의 공동체가 있어야 한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푸근해지는 사람을 만나고, 남겨진 인생의 생사고락을 나눌 수 있는 모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노후에도 보람이 있어야 하는데, 그간 살아온 경험을 나누고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면 금상첨화라는 것이다.
목회자들의 경우, 30~40년간 믿음을 통해 하나 된 성도들이 있고, 제자훈련을 인도해 온 목회자라면 제자훈련 노하우가 엄청난 내공으로 쌓여 있다. 은퇴 이후 이런 믿음과 사역의 노하우를 다음 세대와 나눈다면 그의 노후는 더욱더 청청해질 것이다.
이에 <디사이플> 12월호에서는 ‘목회는 은퇴해도 사역에는 은퇴가 없다!’라는 기획 주제를 통해 제자훈련 1세대들의 은퇴 후 인생 그림을 탐구해 보고자 한다. 은퇴 전 준비해야 할 사항, 교회 후임자와의 관계, 은퇴 후 어떤 사역과 삶을 살아갈지에 대한 생각, 예수님의 제자로서 사명을 갖고 전진하는 앞으로의 기대 등을 담아 봤다.
“그는 늙어도 여전히 결실하며 진액이 풍족하고 빛이 청청하니”(시 9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