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스토리 우은진 편집장
한국은 어느새 클래식 강국이 됐다. 지난 6월 세계적인 피아노 콩쿠르 중 하나인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임윤찬 피아니스트가 1등을 차지했다. 18세 최연소 나이에 거둔 쾌거다. 그는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가장 어렵다고 평가받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D단조와 리스트의 초절 기교를 신들린 것처럼 연주했다. 또, 미국 오케스트라계의 유리 천장을 깼다고 평가받는 마린 옵솔의 지휘와 기막힌 교감을 이뤄 큰 주목을 받았다.
또래들이 태권도와 수영 학원을 다닐 때 자신도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그는, 동네 피아노 학원에 등록한 이후 예원예술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를 건너뛰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최연소로 입학했다. 그가 지금 주목받는 이유는 천재적인 연주 실력도 있지만, 무엇보다 피아노를 대하는 그의 생각과 마음가짐 때문에 일명 ‘클알못’(클래식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로부터 열광적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108세 같은 18세’라는 찬탄이 나올 정도로 구도자의 모습을 보여 주는 그는 한 기자 회견에서 “솔직히 피아니스트로서의 커리어나 콩쿠르 수상에는 관심 없고, 그저 산속으로 들어가 피아노 연습만 하고 싶다. 나의 기쁨은 무대 위의 인기가 아닌 연습실에서의 시간이다. 할 수만 있다면 녹음만 하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 그러나 그러다 보면 수입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활동은 해야 할 것 같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리스트의 소나타 초절 기교 연주를 위해 단테의 《신곡》을 여러 출판사의 번역본을 구해서 완독하며 전체를 외우시다시피 했다. 사실 단테의 《신곡》은 비유가 많아 이해하기 어려운 고전 중 하나인데도, 리스트의 소나타 마지막 곡이 ‘단테 소나타’라 이 곡을 이해하려면 《신곡》을 읽어야만 했다고 한다. 그 결과 이번 콩쿠르에서 그의 뛰어난 곡 해석이 완벽하게 연주에 반영됐다. 그는 자신의 피아노 연주에 있어 영감을 주는 인물이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에 신라 시대의 가야금 연주자 ‘우륵’을 꼽아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는 우륵의 가야금 뜯는 소리가 모든 울분을 토한 다음에 갑자기 나타나는 ‘슬프지만 슬프지 않은 상태’라며, 그것은 모든 것을 초월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사실 신라 시대에 녹음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니, 그가 우륵의 가야금 연주를 실제로 들었을 리는 만무하다. 그럼에도 그는 우륵이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에 대한 신념, 즉 공자가 《논어》에서 말한 ‘낙이불음 애이불상’(樂而不淫 哀而不傷)에 빗댄 것을 언급하며 옛 예술가의 예술과 삶의 자세를 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누구에게나 영감을 주는 원천이 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에게는 단테의 《신곡》과 우륵이 그 대상 중 하나였다.
그리스도인도 믿음의 영감을 주고, 도전하는 대상이 있어야 믿음이 유지된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에게 믿음의 영감을 주는 대상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말씀과 기도, 찬양, 교제가 어우러진 교회 소그룹을 꼽을 수 있다. 헌신적으로 섬기는 순장의 모습을 보며 뒤따르고 싶고, 소그룹 구성원들과 말씀을 나누며 성령님께서 주시는 은혜의 한 조각을 얻기도 하고, 서로의 애환을 나누며 머리 숙여 기도하는 모습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과 일하심을 경험할 수 있다. 그리스도인에게는 소그룹 교재인 말씀이 《신곡》과 같이 영감을 줄 수 있고, 겸손히 섬기는 소그룹 리더인 순장이 우륵이 될 수 있다.
이에 <디사이플> 9월호에서는 ‘성도의 믿음에 영감을 주는 소그룹에 참여하게 하라’는 기획 주제를 통해 교회의 심장과 같은 소그룹의 중요성과 소중함, 복음을 어렵게 받아들인 새신자들에게 소그룹을 통해 믿음의 젖줄을 공급하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온라인 예배에 익숙해져 아직도 현장 예배를 멀리하는 성도들을 소그룹에 참여시키고 생명의 교제를 갖게 함으로써 또 다른 복음의 전사로 키워 내는 모판으로 쓰임받게 하는 방안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 이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온전하게 하며 모든 선한 일을 행할 능력을 갖추게 하려 함이라”(딤후 3:1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