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를깨운다 최상태 목사_ 화평교회
죄의 유무를 떠나 덕이 기준
‘우리 각 사람이 이웃을 기쁘게 하되 선을 이루고 덕을 세우도록 할지니라’(롬 15:2).
요즘 한국 교회가 세습 문제로 어수선하고 시끄럽다. 이 일로 인해 세인들로부터 심한 지탄을 받고 있다. 세습이 죄냐 아니냐를 떠나서 덕이 되지 않고 있다. 몇몇 교단에서 세습금지법을 제정했지만 실제 교회에서의 시행이 쉽지 않다.
세습이 죄냐 아니냐, 성경적이냐 아니냐를 따지기 전에 ‘덕’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하고 판단해야 한다. 바울은 “그러므로 만일 음식이 내 형제를 실족하게 한다면 나는 영원히 고기를 먹지 아니하여 내 형제를 실족하지 않게 하리라”(고전 8:13)고 말한다. 세습하는 일이 덕이 되지 않고 하나님의 영광을 가린다면 그것은 하나님께 죄를 범하는 것과 같다.
또한 한국 교회 안에서 덕이 되지 못한 행위들은 목회자의 퇴직금 문제나 원로목사로 추대하는 일과 후임목사를 청빙하는 과정 가운데 종종 일어난다. 이 경우 역시 교회가 시끄럽고 시험에 빠져 세상으로부터 지탄을 받는다.
한번은 지역의 한 목회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좋은 차를 구입해서 타고 다니려 했는데, 나 때문에 당회에서 부결됐다는 것이다. 화평교회보다 작은 교회고, 또 내가 저렴한 차를 타고 다니는 것을 보고, 왜 목사님은 고급 차를 구입하시려고 하냐고 당회원들이 반발했다고 한다. 그래서 저렴한 차를 사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그 목사님께 너무나도 미안했다.
고(故) 옥한흠 목사님의 다큐 영화 <제자 옥한흠>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옥 목사님은 자신이 이 땅에서 너무 많이 누리고 받아 나중에 하나님의 심판대에 서면 책망받을까 두렵다고 말씀하시면서 어려운 지방에서 제자훈련 목회로 행복하게 사역하는 모 목사가 부럽다는 말씀하셨다. 옥한흠 목사님이 살아 계실 때 CAL-NET 대표모임을 하려고 강남의 모 호텔 식당을 빌렸는데, 옥 목사님이 그것을 아시고 취소하도록 해 결국 비빔밥을 먹은 적이 있다. 목회자에게 중요한 것은 무슨 일을 하든 덕을 생각하고, 덕을 세우는 것이다.
믿음의 선진 개혁자들은 성도들의 생활 정도를 반영해 중간 정도 생활의 모델을 제시해 줬다. 너무 가난하거나 너무 부하지도 않은 생활(“곧 헛된 것과 거짓말을 내게서 멀리 하옵시며 나를 가난하게도 마옵시고 부하게도 마옵시고 오직 필요한 양식으로 나를 먹이시옵소서”, 잠 30:8)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는 화평교회 개척 30년이 되는 해다. 돌아보면 풍족하게 받고 있다고 생각된다. 늘 하나님께 죄송하고 성도들에게 미안하다. 경제적으로 힘들게 살아가는 성도들이 많기 때문이다. 나는 목회자로서 받기만 하고 누리는 것 같아 주님 앞에 서는 날 어떻게 판단하실지 두려운 생각이 든다. 예수님을 가장 많이 닮은 목회를 했던 바울은 다음과 같이 고백했다.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유익한 것은 아니요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덕을 세우는 것은 아니니”(고전 10:23).
덕을 위해 스스로 자제하는 삶
바울은 얼마든지 받을 수 있고 누릴 수 있었지만 덕을 위해 스스로 자제했다. 예수님께서도 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의 새도 거처가 있으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고 말씀하셨다. 목회자로서 경제 생활에 있어 본을 보이지 않으면, 목회 사역이 순탄치 않을 것은 뻔하다. 덕을 위해서라도 목회자는 물질에 초연해야 한다.
술을 마시는 것이 죄인가? 담배를 피우는 것이 죄인가?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집에 사는 것이 죄인가? 하고 싶은 바른말 하는 것이 죄인가?
이 모든 것의 기준은 다른 사람들에게 덕이 되느냐 안 되느냐다. 바울은 갖가지 문제로 갈등을 겪는 고린도 교인들에게 다음과 같이 권면한다.
“내가 모든 사람에게서 자유로우나 스스로 모든 사람에게 종이 된 것은 더 많은 사람을 얻고자 함이라 유대인들에게 내가 유대인과 같이 된 것은 유대인들을 얻고자 함이요 율법 아래에 있는 자들에게는 내가 율법 아래에 있지 아니하나 율법 아래에 있는 자같이 된 것은 율법 아래에 있는 자들을 얻고자 함이요 율법 없는 자에게는 내가 하나님께는 율법 없는 자가 아니요 도리어 그리스도의 율법 아래에 있는 자이나 율법 없는 자와 같이 된 것은 율법 없는 자들을 얻고자 함이라 약한 자들에게 내가 약한 자와 같이 된 것은 약한 자들을 얻고자 함이요 내가 여러 사람에게 여러 모습이 된 것은 아무쪼록 몇 사람이라도 구원하고자 함이니”(고전 9:19~22).
우리가 덕을 세우는 일에 가치를 두는 이유는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함이며 모든 사람을 그리스도 앞으로 인도하고자 함이다.
덕을 세우기 위한 제언
첫째, 내려놓는 훈련을 하라. “그러나 무엇이든지 내게 유익하던 것을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다 해로 여길뿐더러”(빌 3:7). 내려놓을 때 마음에는 자유와 평안이 생긴다. 말에는 구속력이 있다. 우리는 명예, 물질, 세상에 있는 것들(육신의 정욕, 안목의 정욕, 이생의 자랑)에 대해 포기한다고 말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이 세상도, 그 정욕도 지나가되 오직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자는 영원히 거하느니라”(요일 2:17).
둘째, 관계의 중요성을 생각하라. 덕을 세우지 않으면 하나님과의 관계는 물론 사람과의 관계도 무너진다. 하나님과 사람과의 관계는 신경 쓰지 않고 자기중심적인 사람은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은 관계적 존재이기에 덕을 세우지 않는 사람은 불편해하고 따르지 않는다.
셋째,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데 우선순위를 두라.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가 덕스럽게 말하고 행동할 때 세상에서 하나님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지만, 덕을 세우지 못하면 하나님의 이름이 이방인 중에서 모독을 받게 된다(롬 2:24). 인생의 최고 목적은 하나님의 영광에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런즉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고전 10:31).
넷째, 종말론적 삶을 살라. 머지않아 우리는 모두 주님 앞에 서게 된다. 최후에 주님 앞에 드러날 모습을 마음에 두고 이 땅에서 사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다 반드시 그리스도의 심판대 앞에 나타나게 되어 각각 선악 간에 그 몸으로 행한 것을 따라 받으려 함이라”(고후 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