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제자훈련 정송락 목사 _ 예수행복교회
2007년 8월 창립예배와 함께 개척 교회가 시작되었다. 어떤 목회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미 제자훈련 목회에 대한 마음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부목사 시절 침체된 청년부를 담당하던 목사님이 토요일마다 청년 몇 명을 데리고 제자훈련 하는 것을 보았다. 시간이 지나자 청년들의 모습이 점차 변화되고, 예배에 활기가 넘치며 부모들의 입을 통해 좋은 평가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청년들에게 저렇게 영적인 힘을 주고 생동감 있는 변화를 주는 제자훈련이 무엇인지 정말 궁금했다. 그래서 그 목사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제자훈련에 대한 분명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평소 고민하던 목회에 대한 방향을 얻은 것 같아 매우 기뻤다. 그 후 77기 CAL세미나를 다녀오고 체험학교까지 마친 후, 제자훈련은 개척과 함께 내가 추구해야 할 분명한 목회방향이 되었다.
2008년 9월, 개척 1년 만에 제자훈련을 시작했다. 성도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충분히 준비했고 어느 정도 토양을 만들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시작을 하니 생각들이 달랐다. 개척멤버인 집사님 부부가 교회를 떠나는 아픔도 겪었다. 지금은 제자훈련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을 전도하고 모으는 것이 우선이니 2~3년 훈련을 미루자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자 떠난 것이다. 난 전도가 중요하지만 전도와 병행하여 지금 있는 성도들의 제자훈련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었다.
그래도 함께하겠다는 집사님과 청년을 합쳤더니 5명은 남았다. 그런데 그 중 집사님 한 분이 글을 읽을 줄은 알지만 쓸 줄은 모른다며 울먹이더니 제자훈련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타깝고 눈앞이 캄캄했다. 결국 쓰는 숙제는 면제하고 대신 읽기와 암송은 철저하게 하기로 약속했다.
1기 제자반은 그렇게 조촐하게 시작됐다. 그 집사님이 어떻게 되었는가 하면, 가장 열심히 하셨고 성구암송도 제일 잘했다. 놀라운 것은 이 계기로 글씨도 잘 쓰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첫 번째로 제출한 ‘기도문 써오기’ 과제물을 읽던 날, 또박또박(조금은 틀렸지만) 누구보다 진솔하게 쓴 기도문을 읽으면서 함께 참 많이 울었다.
이제 1기 제자반 수료식도 마쳤고, 사역반도 중간을 돌아 6월 말쯤 사역반 수료까지 앞두고 있다. 요즘은 사역반 훈련생들과 함께 둘러앉아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하다. 나뿐만 아니라 훈련생들의 얼굴에도 생기가 넘친다.
물론 실패의 경험도 있었다. 올봄에 어렵게 만들어진 2기 제자반이 결국 세 번 모인 후에 중단되었다. 그것은 원칙을 지키지 못했던 나의 조급증 때문이었다.
새벽기도와 수요예배를 열심히 나오시던 타 교회 집사님 부부가 제자훈련을 받고 싶다고 하기에, 본 교회 등록교인도 아닌 집사님들을 데리고 제자훈련을 했더니 금방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집사님이 외국으로 장기출장을 가야 하는 것이 이유이긴 했지만, 타 교인들이다 보니 친밀한 교제가 어려웠고 마음을 열고 적용하는 것이 잘되지 않았다. 정말이지 타 교인을 제자훈련 하는 것은 안 되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깊은 반성을 했다.
예수행복교회는 지금 개척 3년째다. 30명이 채 되지 않는 성도들이 모여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크게 성장하지는 못했지만 성도들도 나도 행복하다. 왕 같은 제사장으로 부름 받은 평신도, 목회자의 변방이 아닌 참 동역자인 성도들을 보면서 우리 교회가 점점 단단해져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과거에는 아무리 둑을 쌓아도 쓸려가는 느낌의 목회였지만, 제자훈련이 지속되면서 작지만 든든한 주춧돌 하나를 확실히 바닥에 세운 느낌이다. 성도들의 삶도 신앙도 많이 성숙해졌다. 무엇보다 평신도 동역자들과 함께하는 희망, 비전, 미래가 확실하게 보인다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