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제자훈련 임일수 목사 _ 신광교회
신광교회에 부임한 지도 벌써 6년째 접어들었다. 20~30명 정도 되는 아주 소박한 교회이기에 가족적인 분위기 속에 목회를 하고 있다.
부임하고 처음 1~2년 정도는 전통적인 목회관을 가지고 목회를 시작했다. 나름대로 설교하는 일에 최선을 다했고 열정을 쏟았다.
그러나 성도들은 내 설교에 어떤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나 나름대로는 은혜가 되고 깊이 있는 말씀이라 생각했는데, 성도들은 어떤 설교에도 그리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염소에게 영양가가 높은 꼴을 주어 뿔을 키우는 것만 같았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제자훈련의 달인이라 하는 옥한흠 목사님이 생각났다. 그분은 어떻게 목회를 하셨을까? 갑자기 몹시 궁금해졌다. 그래서 68기 CAL세미나에 참석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목회가 무엇이고, 사역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나는 목회의 본질을 놓치고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교회를 부흥시키고 성장시키는 목회만 하려고 했다. 옥 목사님께서 강의 중에 한 말씀이 내 마음을 쳤다.
“그 작은 자가 천 명을 이루겠고 그 약한 자가 강국을 이룰 것이라 때가 되면 나 여호와가 속히 이루리라”(사 60:22). 한 사람에게 생명을 걸면 좌절할 것도 없고 실망할 것도 없다는 말씀이 나의 뇌리를 흔들어놓았다.
나는 ‘성장’ 목회철학에서 ‘한 영혼’의 목회철학으로 목회 방식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교회에 돌아와서 얼마 되지 않아 제자훈련을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제자훈련이 어느덧 4년째에 접어들었다. 처음에는 화요 여제자반과 주일 남제자반으로 시작했다. 목회를 하면서 2개의 제자반을 이끌어간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안에 일반 목회할 때는 깨달을 수 없었던 목회의 보람이 있었다. 훈련생들 중에 단번에 변화되는 이들도 있었고, 훈련의 시간이 점점 더해질수록 서서히 주님과 가까워지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우리 화요 여제자반은 3시간 정도 훈련한다. 자매들이 마음을 열면 마음 깊은 곳에 있던 이야기들이 서슴없이 나온다. 그러나 가끔씩은 지도하는 내가 형제다 보니 어느 순간 대화의 한계점이 있음을 발견하고 있다.
주일 남제자반은 남자 대 남자로 모든 이야기를 주고받아서 그런지 어려운 부분이 없었는데, 여제자반은 또 다르다. 오히려 여 제자훈련은 여성 사역자가 이끌어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 4년 동안 제자훈련을 해오면서 3기 제자반과 1기 사역반이 끝났다. 사역훈련을 마친 훈련생들은 목회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나름대로 열심히 뛰었던 것 같다. 그러나 또 하나의 장애물이 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훈련생들 중에는 제자훈련을 통해서 변화된 것처럼 보이다가 어느 순간에 염소 같은 행동을 하는 이들이 있었다. 변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변화되지 않은 미숙한 모습을 보면서 정말 많은 실망과 갈등을 느꼈다.
4년 동안 열심히 제자훈련 목회를 했는데 아직까지 훈련되지 못한 부분이 있는 저들을 보면서 이렇게 많은 시간과 열정을 투자하면서까지 제자훈련을 계속해야 하는가 하는 고민이 들었다.
그 갈등은 한동안 나를 힘들게 했다. 지도하는 나 자신도 너무나 부족해서, 지도자가 온전하지 못하여 저들이 온전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자책감도 들었다. 그렇게 한동안 목회의 슬럼프에 빠져있었다.
그런데 그런 나에게 하나님께서는 다시 한 번 말씀을 기억하게 하셨다. “한 사람에게 생명을 걸면 좌절할 것도 없고 실망할 것도 없다.”
제자훈련 목회를 결심하게 한, 내가 마음에 품었던 그 말씀을 하나님께서 깨닫게 하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 번 일어나 한 영혼을 주님의 제자로 세우기를 다시 시작하고 있다. 약간의 목회 슬럼프는 있어도 제자훈련 목회는 포기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것이 목회의 본질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