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제자훈련

2010년 12월

제자훈련, 하나님이 주신 즐거운 고민

교회와제자훈련 김정호 목사 _ 새길교회

교회를 위한 하나님의 계획과 목적에 나를 맞추어 넣고 싶었다. 사역에 대한 하나님의 계획을 알고 싶었고, 목사라면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을 알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었다. 그런 마음으로, 남들이 모두 말리는데도 불구하고 교회를 개척했다.
개척한 지 1년이 지날 무렵 교회가 건조해지고 둔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자훈련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 개척 교회 세미나에 참석하게 됐는데, 옥한흠 목사님의 “교회는 지금도 개척되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내 가슴을 쳤다. 개척 교회에 대한 소망이 더욱 커지고, 지금이 가장 적절한 제자훈련의 시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제자훈련을 준비하려고 나 나름대로 <그리스도인의 형상을 닮아> 시리즈를 만들기도 하고, 훈련에 대한 생각을 칼럼을 통해 전하며 제자훈련을 위한 밭을 일구기 시작했다.
2008년 9월, 제자훈련 1기가 시작되었다. 나이도 신앙 경력도 다양한 남제자반 6명, 여제자반 8명이 첫 발을 내딛었다. 제자훈련은 자신의 신앙을 새롭게 정립하는 것이기에 나 자신을 지우면서 하는 작업임을 먼저 이야기했다. 어느 집사님이 “제자훈련의 시작은 황무지 땅을 걷어내고 새로운 열매를 맺기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 고백하며 모임이 시작됐던 것이 기억난다.
그러나 출발은 이렇게 멋졌지만, 훈련생들은 교재에 따른 여러 과제들, 말씀 암송, 성경 읽기, D형 큐티, 생활시간표 작성 등을 힘들어하며 갈등이 발생했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86세인 권사님이 로마서 8장, 12장, 이사야 53장 전체를 암송하는 것을 보면서 숙제에 대한 호소는 잠재워졌다.
제자반 숙제를 격려하느라 밤 1시에도 휴대폰으로 서로 문자를 보냈다고 할 때는 목사인 내가 숙연해졌다. 나도 동참하는 마음으로 밤에 제자훈련을 연구했다. <디사이플>을 보면서, 또 국제제자훈련원의 세미나를 참석하면서 제자훈련을 시작한 교회 사례들을 분석하고, 단계별 성장의 특성들을 정리하기도 했다. 그것은 나에게 큰 자산이었고 앞으로 생길 어려움에 대한 예방효과를 가져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제자훈련 안에는 하나님의 만져주심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하나님과 만나고 말씀과 적용이 점점 깊어지면서, 교회의 머리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가장 영화롭게 하는 것은 예수님을 사랑하는 일이며, 교회를 사랑하는 일이라는 깨달음의 간증들이 쏟아졌다.
교회 사랑을 통해 부부사랑, 자녀사랑, 이웃사랑이 깊어졌다 했다. 또한 증거, 봉사와 헌신은 주님을 향한 나의 본분이며, 차가운 자신에게도 따뜻한 마음도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 특히 부정적인 패배의식에서 미래의 자신을 보게 되었다는 자존감 회복의 간증들은 또 다른 은혜였다.
2009년 9월, 1기 제자훈련의 수료에 나는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 한 사람의 이탈자 없이 모두가 완주했다는 기쁨 속에 서로 격려하고 위로했다. 수료생들의 아름다운 고백을 통해 제자훈련은 신앙의 순수성을 회복하는 지름길임을 확신했다. 서로 제자훈련 뒷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기쁨과 눈물이 섞인 기도를 하는데 어찌나 가슴이 짠해지던지. 이들은 지금 사역훈련을 마쳐가고 있으며, 순장으로 교회와 성도들을 섬기고 있다. 올해 남녀제자반 2기도 끝나간다.
제자훈련을 목회철학으로 주장하면서 얼마나 조마조마 했는지 모른다. 과연 우리 교회에도 제자훈련이 가능할는지 기도하고, 준비하고, 고민하고, 간구하면서 마음 졸이며 달려왔다. 이 제자훈련에는 정말 하나님만이 받으실 영광이 있었다. 그러한 하나님 은혜의 매력을 느끼고 있다.
이제 개척 5년 된, 걸음마를 막 뗀 교회이지만, 고비가 있더라도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잠시 멈출 뿐, 다시 시도하면 된다는 용기가 생겼다. 제3기를 기다리는 제자반을 바라보면서 행복감을 느낀다. 지금도 교회론과 제자훈련에 대하여 고민한다. 이것은 즐거운 고민이며 하나님이 주신 것임을 확신한다. 하나님의 최고의 것을 가졌음에 감사하면서 제자훈련의 길을 끝까지 걸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