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제자훈련 김종화 목사_ 성주읍교회
처음에는 제자훈련만 하면 목회는 ‘만사 오케이’인줄 알았다. 그러나 제자훈련은 쉬운 길이 아니었다. 많은 아픔이 있었고, 어려움이 더 많다는 것을 각오해야만 할 수 있다는 것을 하면 할수록 느끼게 된다. 결코 쉽지 않은 길이다. 그러나 가야만 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지혜도 필요하고, 반대에 부딪혀도 지속하려는 지구력이 필요하다.
10년 전 100년 전통을 가진 교회, 지역의 모체 교회인 성주읍교회에 부임했다. 그러나 부임 당시, 교회의 상황은 그야말로 전투적이었다. 상황을 정확히 알았더라면 부임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주변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보라고 만류할 정도였다. 교인들은 서로 간에 고소, 고발로 갈등이 극심해서 어떻게 복음의 능력을 맛보고 누리는지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었다. 모두가 내면의 깊은 상처로 얼룩져 있는 상황이었다.
선보는 설교를 한 후, 당회원들과 면담 시간에 거두절미하고, “저를 청빙하면 제자훈련을 해야 합니다”라고 겁 없이 말했다. 꼭 부임하고 싶다는 간절함도 없었고, 부교역자 생활의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것도 싫었다. 만약 담임목회를 하면 옥한흠 목사님이 말씀하신 한 영혼에 집중하는 제자훈련을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 대학 때 선교단체에서 경험했던 훈련의 감동과 열정 때문에 목회에 꼭 한번 접목해보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부임 후 약속한 대로 장로님들부터 제자훈련을 시작했다. 제자훈련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분들이 대부분이셨다. 50대 후반에, 2~3년 후면 은퇴하실 분들, 그나마 말이 통할 것 같은 50대 초반의 젊은 장로님 두 분이 계셔서 어느 정도 위안이 되었다. 양육과 훈련이 뭔지도 모르고 예배로만 신앙생활 해 온 교회, 물론 거기에도 장점은 분명히 있었다.
젊은이들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예배에 대한 집중과 열정은 대단하셨다. 30대 후반의 젊은 목사에게 순종하는 마음으로 양육과 훈련이 뭔지도 모르는 가운데서 참석해 주신 것이 감사할 따름이었다. 성도들이 제자훈련을 접하면서 교회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주님의 제자로 훈련되어짐에 감사하는 모습들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목회자로서 황홀한 시간이었다. 개인의 인격 성숙과 삶의 여러 영역에서 하나님의 만지심을 간증하는 일들도 많이 일어났다.
제자훈련을 하면서 나의 실수 중 하나는 지역적인 특성상 예배 중심으로 신앙생활 하는 성도들까지 기꺼이 훈련에 동참하는 분위기로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런 성도들은 교회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는 이들이었고, 그들을 안고 가야 하는데 쉽지 않은 어려움이 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훈련하는 것이 너무 좋아서 한꺼번에 4팀이나 하는 어리석음을 범한 적도 있었다. ‘천천히 견고하게 쌓아가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아있다.
능력의 한계인지는 몰라도 재생산에 어려움이 있어서 10년이 지나고 나니, 이제는 훈련할 대상자들이 고갈된 상황을 맞이했다. 사람의 변화가 그리 쉽지는 않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훈련받은 사람들이 쉽게 넘어지는 것을 보면서 스스로 낙심하곤 한다. 이 정도면 함께 사역의 동역자로 세워도 되겠다 싶은 사람들이 아직도 그대로일 때, 자괴감에 가슴 저미는 아픔도 있었다.
그러나 다시 붙들고 온전한 사람으로 함께 서가고 세워가기 위해 오늘도 한 영혼을 그리스도 앞에서 온전한 사람으로 세우는 것을 포기할 수 없다. 비록 지금은 훈련의 동력이 많이 약화되어 있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