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제자훈련

2013년 07월

느릴지라도 착실하게!

교회와제자훈련 이부흥 목사_ 주안교회

목사 안수를 받고 한 교회에서 부목사로 사역한 기간은 만 10년 9개월. 부목사로 지낸 시기 동안 별다른 배움의 기회 없이 오직 눈앞의 교회사역에만 집중하다보니, ‘목회 철학’ 같은 것은 아예 생각도 못했다. 뭘 몰라도 한참을 모르는 철부지 목사였다. 이게 교회 사임 직후에 비로소 한 발짝 떨어져서 처음 보게 된 나의 진짜 모습이었다.
갑자기 떠밀리듯 자의반 타의반 교회를 사임하고 세상에 던져진 상황이 되자, 세상은 너무도 무겁고 힘들었다. 그로부터 6개월 간 힘들고 긴 터널의 시간을 갖고 나서야, 우리 가족을 중심으로 6명이 모여 주안교회가 개척되었다. 지금은 개척한 지 만 2년 3개월 정도 되었다.
평소 멀찍이서 존경했던 옥한흠 목사님이 세상을 떠나신 후에야 나는 비로소 제자훈련을 가깝게 접하게 될 기회를 갖게 되었다. 90기 CAL세미나를 통해 까막눈 같은 나의 눈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고, 마칠 때에는 ‘한사람 철학’을 가슴 뜨겁게 가득 담게 되었다.
교회로 돌아와서 ‘느릴지라도 착실하게!’라고 다짐하며, 다음 해부터 시작할 성경대학 교재 제작부터 시작했다. 사람이 모이는 대로 제자훈련부터 시작하지 않았고, 그 전 단계 과정(성경대학)을 필히 가져야 한다는 것은 나름의 원칙이었다. 사실 부교역자 시절을 경험했던 바, 일반 성도들의 성경지식이나 이해도가 너무도 얕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성경대학은 제자훈련 전단계로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국제제자훈련원에서 나오는 교재가 있어서 편하지만, 성경대학을 진행할 때에는 3권의 책을 읽고, 직접 타이핑하며 편집하고 인쇄했기 때문에 힘들기는 해도 나 스스로에게 많은 공부가 되었다. 그렇게 2012년 2월부터 신구약 성경대학을 1년간 진행했다.
평소 성도들에게 지속적으로 ‘제자훈련’을 한다고 강조했던 터라, 그 성경대학을 마친 사람들 중에서 여 성도들 5명과 함께 제자훈련 1기 모임을 시작했다. 드디어 여자 제자반이 시작된 것이다. 지난 주일까지 16주차 모임을 가졌다.
남자 제자반은 인원이 별로 없는데다가 적정한 자격 요건을 갖춘 사람이 부족했기 때문에, 무조건 시작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위치(성경지식, 이해도, 헌신도)에 서도록 한 다음, 제자훈련에 참여시킨다는 것이 주안교회 제자훈련의 원칙이다. 개척 교회일수록 이런 부분에 더 철저해야 한다고 나는 지금도 생각한다. 비록 오래 걸릴지라도 말이다.
지역 특성상 저녁 늦게까지 일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제자훈련 모임은 주일 새벽기도를 마친 7시부터 9시 30분까지 진행된다. 그동안 교회와 예배에 그냥 참여만 하던 사람들이 지금은 개인적으로 성경을 읽고, 기도를 하는 사람이 된 것이 가장 큰 변화의 모습이다.
무엇보다도 예수님의 제자로, 작은 예수로 세워져서 또 다른 사람을 섬기고 세우는 사람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분명한 목표점을 자주 강조하다 보니, 이제는 훈련생들이 거의 외우고 사모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한 주 한 주 제자훈련이 지나갈수록 더욱 부족함을 느끼는 것은 바로 목사인 나 자신이다. “훈련자 자신이 가장 먼저 제자가 되어야 한다”라는 절대 원칙을 자주 망각해서일까? 종종 토요일 오후, 또는 밤에 교재를 준비하고 있는 나 자신이 한심했고, 이에 반해 훈련시간에 교재와 독서 과제 등을 착실히 준비해 온 훈련생을 보면 부끄러웠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도 좋다. 고쳐 가고 있으니까! 오래 걸려도 진국을 우려내는 장인정신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을 예수님의 제자로 세우고 싶다. 나는 오늘도 성경과 기도, 성령의 불로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을 진국으로 우려내고 있으니 말이다.